박인숙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화이자 (백신) 맞은 사람은 괌 여행갈 수 있고, AZ(아스트라제네카) 맞은 사람은 못 간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백신 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의사 출신인 박 전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화이자를 줄지, AZ를 줄지 온갖 이상한, 말도 안 되는 기준을 정해놓고 그 기준도 수시로 바꾸면서 이제껏 시간을 끌어왔다. 그래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국민이 1.75%에 불과하다”며 “그나마 백신을 다 맞았어도 화이자 맞은 사람은 괌 여행을 갈 수 있고, AZ 맞은 사람은 못 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접종 백신 종류에 따른 이런 차별이 다른 지역, 다른 상황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며 “미국과 미국령에 가족이 함께 가는 건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이제 가족여행, 단체여행도 맞은 백신 종류별로 따로 모집할 판”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백신 확보 실패, 새삼 다시 화가 난다”고 했다.
박 전 의원의 글을 보면 AZ 접종자는 괌에 입국할 수 없는 것처럼 해석된다. 그러나 그가 인용한 한 매체 기사에는 접종자의 격리 면제와 관련한 내용이 있을 뿐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모두 완료한 여행객은 격리를 면제해준다는 내용이다. 다만 FDA가 승인한 백신은 모더나와 화이자, 얀센 백신이다.
이와 관련, 재미 수의병리학자인 김인중 박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권고를 근거로 들며 “백신 접종 여부는 미 연방정부의 소관사항인 출입국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해외 입국자의 경우 ‘백신 접종 완료자’는 자가격리를 면제한다. 미접종자인 경우 입국 후 3~5일에 PCR(유전자증폭검사) 검사를 통해 음성일 경우 7일간 자가격리를, 양성이거나 검사를 받지 않을 경우 10일간 자가격리할 것을 권고한다”고 썼다.
미 CDC에 따르면 백신 접종 완료자는 화이자·모더나는 두 차례, 얀센은 한 차례 접종 후 2주 이상 지난 사람을 말한다. 다만 CDC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은 제품인 AZ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
김인중 박사는 “자가격리는 CDC의 권고사항보다 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규칙이 우선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괌 정부가 연방정부의 권고를 따르지 않는다면 그 이유에 대해 합리적인 의학적, 과학적 설명을 요청하고 외교적 협조를 부탁해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백신 차별 논란이 확산하자 정부는 현실성 없는 지적이라고 일축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7일 출입기자단 설명회에서 “세계적으로 AZ 백신이 제일 많이 쓰인다. 유럽 등 135개국 정도로 안다”면서 “워낙 맞는 국가가 많고 접종자 가운데 해외 지도자도 많은지라 AZ 백신이 차별받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손 반장은 이어 “AZ 백신에 차별을 두면 유럽에서 AZ를 맞은 총리를 비롯해 주요 인사들도 마찬가지로 차별받게 될 것이다. 괌에서 격리면제 조치를 FDA 승인 백신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백신별로 차별해서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괌은 FDA 승인 백신 접종자에 대해 격리면제 조치를 했으나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백신 여권을 승인하지 않았다. 아직 백신 여권 도입을 확정한 나라는 없다”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각국에서 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하고 미국에 입국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DC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2세 이상 모든 승객은 탑승 전 3일 이내에 의료기관에서 받은 코로나 음성 결과지나 코로나 회복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백신을 접종했거나 코로나 항체 검사 결과가 양성인 경우라도 이런 결과지를 필수로 요구한다.
논란이 커지자 박 전 의원은 17일 오후 다시 글을 올려 “‘입국 못한다’가 아니라, ‘격리해야 한다’가 정확한 사실이다. 그런데 괌에 장기체류, 취업하러 가는 국민이 있느냐”며 “화이자 맞은 사람은 입국 통과하는데 AZ 맞은 사람은 2주 격리하라면 여행 갈 수 있느냐. 입국 금지와 마찬가지”라고 해명했다.
한편 손 반장은 백신 여권과 관련해선 “아직 확정한 나라가 없는 것으로 안다. 전 세계적으로 논의가 초기 단계라 논의 진행 상황이 외부에 공개할 정도로 구체화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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