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 트레이드센터 사옥에 위치한 음악 뮤지엄 ‘하이브 인사이트’. 지하 1층 공간에 들어서자 소년의 모습을 한 7명의 독특한 캐릭터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일러스트레이터 제임스 진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7명을 꽃의 정령으로 재해석한 캐릭터들이다. 목각 조형물부터 드로잉, 스케치 등의 작품으로 구현된 이들 캐릭터는 ‘가든(Garden)'이라는 작품에서 한데 모여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아름답고도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제임스 진이 BTS의 노래 ‘전하지 못한 진심’을 듣고 그렸다는 이 작품은 삶의 고충을 진솔하게 노래하며 동시대의 수많은 이들에게 힘을 주고 있는 BTS 멤버들을 작가 특유의 해석을 담아 그려낸 것이다. 그는 ‘가든’을 비롯해 BTS 멤버들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작품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했다.
하이브가 지난 3월 신사옥 이전과 함께 공개를 예고했던 음악 뮤지엄 ‘하이브 인사이트’가 최근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옥 지하 1·2층에 연면적 4,700㎡ 규모로 BTS, 세븐틴, 뉴이스트, 여자친구 등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입체적으로 경험하는 공간이다.
2개 층에 걸쳐 준비한 총 11개의 전시 공간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단연 기획전시 ‘일곱 소년의 위로’(SEVEN PHASE)다. 일러스트를 제작한 제임스 진은 미국 DC코믹스의 표지 그림으로 유명세를 탄 작가로, 지난 2019년 열린 개인전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으로 한국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이번 전시는 평소 BTS 팬이었다는 그에게 하이브 인사이트 측이 개관 기념 기획전을 제안하며 성사됐다. 하이브 관계자는 “BTS와 제임스 진 모두 스스로에 대한 깊은 고찰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전세계를 휩쓴 팬데믹의 시대에 예술로 대중에게 위로를 건네고자 기획한 전시”라고 밝혔다. 개관 기념 전시는 오는 11월까지 열리며, 이후로는 하이브 레이블즈 아티스트의 지식재산(IP)을 소재로 6개월마다 새로운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뮤지엄은 음악을 소재로 한 다양한 볼거리들도 선보인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성과를 나열하기보다는 음악 자체를 조명하고 ‘낯설게 보기’를 시도한 점이 눈에 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뮤지엄”이라는 것이 하이브 측의 설명이다. 특히 청각 영역인 음악을 시각·후각·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각종 전시물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접촉하는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음악의 진동을 발생시키는 촉각 스피커 ‘사운드 퍼스’를 통해 음악의 촉각화를, BTS의 노래 ‘유포리아’(Euphoria)를 모티브 삼은 향기를 통해서는 후각화된 음악을 느낄 수 있다. 메아리 같은 울림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잔향실, 울림이 사라지는 무향실이라는 대조적 공간에서 색다른 청각적 경험도 할 수 있다. 음악의 각기 다른 파장을 네온 조명으로 재해석한 예술 작품도 선보인다.
지하 1, 2층을 연결해 만들어진 높이 8.5m의 트로피 월 또한 압도적인 규모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BTS가 받은 빌보드 뮤직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어워즈 등의 트로피를 비롯해 소속 가수들이 국내외 시상식에서 받은 트로피를 거대한 벽에 진열한 공간으로, 주변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는 하이브 음악의 ‘영광의 순간’ 기록 영상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하이브 아티스트들이 이룩해 온 성과를 한눈에 보여준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BTS 음악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직접 밑줄을 치고 메모를 적어둔 페이지는 태블릿으로 전시돼 있다. 스토리에 대해서는 별도의 전시 공간을 꾸렸는데, BTS의 음악적 메시지에 영향을 미친 책 '데미안'과 '사랑의 기술', '융의 영혼의 지도'가 공간을 채우고 있다. 주요 프로듀서들의 작업 공간을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 아티스트들의 안무 연습 영상 등 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도 많다. BTS의 ‘마이크 드롭’ 무대 의상, 세븐틴 멤버들이 착용했던 반지 등 의상과 소품도 만날 수 있다.
관람 제한 시간은 2시간이지만 모든 체험 시설을 다 둘러보려면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2만2,000원의 다소 높은 관람료는 아쉬운 대목이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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