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보수 우위로 확실히 재편된 뒤 처음으로 낙태권을 둘러싼 사건을 심리한다.
17일(현지 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임신 15주 이후로는 의료상 위급 상황이나 태아에 심각한 이상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강간과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에서도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 법률의 타당성을 심리한다고 밝혔다. 미시시피주의 유일한 낙태시술소는 지난 2018년 제정된 이 법이 ‘로 대(對) 웨이드 판결’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은 이 법률이 여성의 낙태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따르면 태아가 자궁 밖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3~24주 이전에는 낙태가 가능하다.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은 5 대 4의 보수 우위 진용에서도 낙태 금지가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관이 진보 쪽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진보 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사망한 후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닛 배럿 대법관이 합류하며 연방대법원이 6 대 3으로 확실하게 보수 우위로 재편되면서다. 배럿 대법관은 “인생은 잉태에서 시작된다”며 낙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변론기일은 오는 10월 시작되는 회기에 잡힐 예정이며 판결은 내년 봄이나 여름쯤 나올 예정이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시기라 낙태권과 관련한 공방이 정치권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낸시 노섭 재생산권리센터 회장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번복되면 처참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며 “20개가 넘는 주에서 낙태를 전면 금지할 것이고 미시시피를 포함한 11개 주는 즉시 낙태 금지를 촉발할 규정까지 가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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