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우리 청년들의 취업·주거난을 거론하면서 “사실 청년 문제는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년의 날을 맞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재 청년들에게는 불안감의 비중이 더 커 보여 가슴 아프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청년들의 고통과 분노에 대해 안이한 인식을 드러낸 발언이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코로나19 위기 전부터 악화된 우리 청년들의 삶이 모든 나라의 젊은이들도 겪는 통과의례로 치부됐기 때문이다. 사실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집값 폭등과 일자리 쇼크 등을 초래해 청년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지난달 고용 통계를 보면 15~29세 청년 취업자가 1년 전보다 17만 9,000명 증가했다. 모처럼 취업자가 늘어나자 정부는 청년 고용이 뚜렷한 회복세에 진입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 가운데 70%인 12만 5,000명이 1년 미만 임시직이었다. 질 좋은 일자리를 아무리 알아봐도 구할 수 없어 단기 아르바이트에 내몰린 것이 일자리 증가로 나타난 것이다. 또 집값과 전셋값 폭등으로 편하게 다리 뻗고 누울 방 한 칸 마련하지 못한 청년들도 적지 않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20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요즘은 친구끼리 ‘민주당 지지하느냐’고 묻는 것이 비하하는 얘기”라며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삶의 질이 극도로 악화된 2030세대가 울분을 쏟아낸 것이다. 한 청년은 여권 대선 주자들의 잇단 현금 살포 선심 공약에 대해 “청년들은 더 이상 이런 공약에 속아서 표를 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 미진학 청년들에게 해외여행비 1,000만 원씩을 주겠다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제대하는 사병들에게 3,000만 원씩의 사회출발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을 겨냥한 것이다.
청년들이 여권의 포퓰리즘에 쉽게 현혹되지 않는 것은 여권이 나눠주겠다는 현금 보따리가 결국 세금과 나랏빚에서 나온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국가 부채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청년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금품을 줄 게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야 한다. 일자리는 국가가 아니라 민간 기업이 만든다. 규제와 과도한 세금으로 기업에 족쇄를 채우면 질 좋은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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