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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빚 늘어 환갑 잔치 못하네" 한말 유학자 편지에 담긴 한탄

국학진흥원, 편지 9,000통 발굴

대계 이승희· 회당 장석영 선생 등

독립운동 헌신한 유림 활동 담겨

구한말 유학자 등이 쓴 편지들이 실린 간찰첩. /사진 제공=한국국학진흥원




‘국채가 날로 늘어나서 사사롭게 잔치를 열 수 없어 그 비용 백금(百金)을 의소(義所·옳은 곳)에 보내고 나서 손님과 친구들을 빈속으로 대하니 또한 스스로 부끄럽다.’

독립 운동에 헌신한 대계(大溪) 이승희(1847∼1916년) 선생 등 구한말 유학자 등이 쓴 편지 9,000여 통이 발굴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최근첩(最近牒) 65권, 어안첩(魚雁牒) 18권, 통신첩(通信牒) 10권 등으로 이뤄진 간찰첩을 발굴했다고 19일 밝혔다. 각 권에는 편지 100여 통이 들어 있다.

대부분이 유림의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회당(晦堂) 장석영(張錫英·1851~1926년) 선생이 받은 것으로 표지에 인동 장씨, 진성 이씨 등 보낸 사람 성씨를 기재해뒀다. 편지 내용은 의병 전쟁과 국채보상운동 등에 관해 각처에 보낸 통문, 시회에서 지은 시를 묶은 시축(詩軸), 학문을 강론한 강회 기록과 관련한 것들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승희 선생이 보낸 편지를 따로 모아둔 대계첩(大溪帖)이다. 특히 대계첩 안에는 지난 1907년 환갑을 맞은 이승희 선생이 2월 20일자로 장석영 선생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환갑 때 모든 행사를 금지하고 그 돈을 국채보상 의연금으로 기부해 손님과 친구들에게 부끄러웠다는 내용을 알렸다. 장석영 선생은 이승희 선생의 아버지 한주 이진상 선생에게 글을 배운 제자였고 나이도 비슷해 두 사람의 우의는 매우 돈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승희 선생은 다음 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망명해 교민들을 위해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이후 이승희·장석영 선생 모두 독립유공자로 포상을 받았다.

국학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간찰첩들은 인동 장씨 남산파가 기탁한 자료에서 발굴했다”며 “번역 작업을 마무리하면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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