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의 유령 청사 건립과 직원들의 세종시 아파트 특별 공급 분양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관평원은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데도 혈세 171억 원을 들여 세종시에 새 청사를 지은 후 방치했다. 그 사이 직원 49명은 특공 아파트 분양 혜택까지 누린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이에 따라 특공 아파트가 ‘공무원의 재테크 수단’이 됐다는 비판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 시작된 세종시 아파트 특공으로 공무원과 공공 기관 직원이 분양 받은 물량은 총 2만 6,000채가 넘는다. 현재 세종시 특공 아파트 시세는 분양 당시보다 2억~5억 원 정도 올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관평원 직원 5명이 2017년 특공으로 분양 받은 세종시 한뜰마을 6단지의 경우 분양가가 5억 7,000만 원가량이었는데 지금 시세는 10억 원을 호가한다. 서민들은 집값 급등으로 전월세를 전전하는데 공무원들은 특공 아파트로 수억 원씩 차익을 챙긴 셈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이은 이번 파문은 공직 사회의 ‘모럴 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그러잖아도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 기관의 방만 경영이 심해지고 있다. LH 등 10대 공기업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은 2016년 말 1조 750억 원에서 2019년 1조 2,151억 원으로 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 공기업의 영업이익은 23조 원에서 7조 원으로 급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직 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철저히 파헤치고 대수술을 통해 환부를 확실히 도려내야 한다. 관평원 직원 특공이 가능했던 것은 모호한 공급 기준과 느슨한 처분 조건 등으로 제도에 구멍이 숭숭 뚫렸기 때문이다. 특공 실태 전반을 점검해 허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유령 청사 문제에서도 세금을 낭비한 경위를 낱낱이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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