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균 등 특정 세균을 골라 결합한 인공 항체에 빛을 쏘여 고열로 균을 죽일 수 있지요. 새로운 인공 항체 기술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면역 치료제 개발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공 항체 합성법을 개발한 한양대 재료화학공학과 연구팀의 김종호(사진) 교수는 2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특정 병원균과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인공 항체가 면역을 담당하는 체내 항체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 이번 연구의 성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2015년부터 지원한 김 교수팀의 연구 과제가 최상위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지난달 말 게재됐다고 밝혔다.
인공 항체는 체내 항체를 모사(模寫)해 합성한 것이다. 세균을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없앨 수도 있어 다양한 감염병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전 세계 바이오·화학 분야의 많은 과학자들이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생산에 3개월에서 1년까지 소요되고 장기간 보관할 때는 영하 20∼70도의 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등 문제점을 갖고 있다.
김 교수팀은 4년여 연구 끝에 새로운 합성법을 찾았다. 연구팀은 티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산화광물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적용한 금속화합물 나노 시트에 단백질인 펩타이드를 부착해 인공 항체를 합성했다. 김 교수는 “체내 항체와 유사한 유기물에 무기물을 붙여 새로운 복합체를 만든 것”이라며 “기존 인공 항체의 단점을 개선해 합성 시간을 3일 이내로 줄이고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한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식중독의 원인인 대장균·살모넬라·포도상구균 등 3종류 세균을 대상으로 쥐 실험을 했는데 감염된 환부가 치료되는 것을 확인했다. 합성한 인공 항체와 세균 결합체에 근적외선을 쪼이면 결합된 부분이 마찰을 일으켜 70도 이상의 열이 발생하고 이 열이 세균을 사멸시키는 것이다. 그는 “체내 항체 주입 후 조사(照射)하면 특정 세균에 감염된 것을 알 수 있고 흡수된 열로 세균을 죽일 수 있다”며 “빛을 이용한 감염병 치료 가능성을 실험실에서 처음 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혈액·소변 등에 포함된 세균·박테리아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현재 12시간 이상이 소요되지만 새 인공 항체를 이용하면 세균 검출과 소멸 시간을 1시간 이내로 줄일 수 있다.
그는 “아직 ‘나노 시트 인공 항체’가 동물 대상의 실험 수준이지만 앞으로 임상 시험 단계까지 개발이 이뤄지도록 대상 질병과 연구를 확대할 것”이라며 “연구가 이어진다면 세균·박테리아에서 미래에 바이러스나 암과 연관된 ‘바이오마커(단백질 변이)’ 검출 분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산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서울대에서 응용화학·화학생물공학으로 석·박사를 획득했으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화학공학과 박사후연구원(포스닥) 등을 거쳐 지난 2011년부터 한양대 강단에 섰다.
탄소 나노 물질과 나노 소재 합성 등 연구에 매진해온 그는 “면역반응을 유발하고 질병 치료까지 가능한 나노 면역 치료제가 나오도록 기반 기술 연구에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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