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보스턴 레드삭스를 요리한 다음날,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호투했다. 선발 데뷔전에서 ‘8K’ 쇼를 선보였던 양현종은 이번에는 최고 명문 팀을 맞아 병살타를 3개나 유도하며 또 다른 매력을 뽐냈다.
양현종은 20일(한국 시간) 텍사스주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3피안타 4볼넷 2탈삼진으로 2실점 했다. 류현진의 보스턴전 7이닝 무실점처럼 눈부시지는 않았지만 ‘정식 선발’이 아니라서 겪는 들쭉날쭉한 일정을 생각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이 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예정됐던 양현종은 전날 갑자기 선발투수로 정정 발표됐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오른손 타자가 많은 양키스 타선을 의식해 오른손 선발에게 경기 초반을 맡긴 뒤에 왼손 양현종을 내려다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다는 쪽으로 계획을 바꿨다.
왼손 투수에 강한 오른손 타자가 즐비했지만 양현종은 5회까지 단 53개의 공만 던지며 양키스 타선을 꽁꽁 묶었다. 두 차례 사이영상(2014·2017년)과 세 차례(2016~2018년) 올스타 선정에 빛나는 코리 클루버(35)와 팽팽한 투수전을 벌였다. 지난 6일 미네소타 트윈스전(3⅓이닝 1실점)에서 10개 아웃 카운트 중 8개를 삼진으로 채우며 수훈 선수로 뽑혔던 양현종은 이날은 절묘한 땅볼 유도로 눈도장을 찍었다. 5⅓이닝 동안 외야로 날아간 타구는 단 4개였다.
1·2·5·6회에 선두 타자 출루를 허용했는데 이 중 세 번을 병살 유도로 넘겼다. 1회 루크 보이트에게 3루 앞, 2회 미겔 안두하르에게 유격수 앞, 5회 다시 안두하르에게 3루수 앞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모두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던졌다. 양현종은 올해 빅 리그 입성 후 최다 이닝, 최다 투구(74개)를 기록했다.
6회가 아쉬웠다.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타일러 웨이드에게 우중간 3루타를 맞고 첫 실점을 했다. 이어진 무사 3루에서 DJ 러메이휴에게 희생 플라이를 내준 뒤 또 볼넷이 나오자 감독은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1사 1루에서 양키스가 추가 점을 뽑지 못해 양현종의 자책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그대로 3.38이다.
투구 수 50개가 넘어가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계속 보이지만 보직이 좀 더 확실해져 등판 준비에 체계가 잡힌 뒤 평가받을 부분이기도 하다. 양현종은 선발로 2경기, 롱 릴리프로 3경기를 던졌다. 그는 “오늘 이닝을 많이 소화한 점은 좋았지만 볼넷이 많았다. 6회에 몰린 공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야구에서 한 경기 병살타 3개면 이기기 힘들다는데 양키스는 2 대 0으로 이겨 양현종에게 첫 패전을 안겼다. 물먹은 텍사스 타선은 클루버를 상대로 안타 없이 볼넷 1개만 뺏었다. 개인 첫 노히트 노런 위업을 달성한 클루버는 올 시즌 6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은) 약한 땅볼 타구를 많이 유도했다. 먹힌 타구도 많았다. 정말 잘 던졌다”며 “그러나 불운하게도 상대가 더 잘했다”고 말했다.
최지만(30·탬파베이 레이스)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 7회 무사 2루에서 대타로 등장해 적시타를 때렸다. 이후 동점 득점에 성공했고 8회 2사 1·2루에서는 또 한 번 적시타로 역전을 만들었다. 2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올린 최지만의 활약에 탬파베이는 9 대 7로 승리해 6연승을 달렸다. 최지만의 시즌 타율은 무려 6할(10타수 6안타)이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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