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대만의 세계보건총회(WHA) 참가를 위해 규합하고, 중국은 이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국 외교부가 “가급적 많은 액터(참여자)들이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참가 지지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만의 WHA 참여 문제에 대해 “팬데믹 상황에서는 누구를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것보다 가급적 많은 액터(참여자)들이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형국인 만큼 가능한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는 설명으로 우회적으로 대만의 참가를 지지한 것이다.
WHA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오는 24일 제74차 회의가 열리며,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보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거버넌스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중국은 대만의 WHA 참여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8일 중국이 자국산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회유하며 대만의 세계보건총회(WHA) 참가를 방해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베이징연합대 대만연구원 양안연구소의 주쑹링 소장은 “대만은 코로나19 급증을 내세워 국제사회의 지지를 더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최근 대만은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데 이어 인구 2,300만 명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누적 접종이 30만 회분에 불과한 형국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은 대만의 WHA의 옵서버 자격 참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앞서 대만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옵서버 자격으로 WHA에 참석했지만, 이후 자격을 상실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취임한 이후 WHA 참석은 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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