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출신 북한 관련 전문가들이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대북 정책에 대한 한미 간 이견이 조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새 대북 정책이 외교에 방점을 찍은 만큼 큰 틀에서의 대북 정책 방향성은 맞춰졌지만 북한 인권 문제와 대북 제재 이행 등 각론에서는 양국 간 이견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북 관여 의지가 한미 간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알렉스 웡 전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는 20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이 대북 정책을 완전히 조율해야 한다”며 “한미 간 입장이 일치했을 때 비로소 비핵화의 성공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핵화의 진전을 위한 강력한 외교의 핵심은 철통 같은 한미 동맹 관계”라며 “정상회담 이후에도 수개월 동안 계속 대북 정책 이행을 위한 조율을 이어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수석부차관보 역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미국과 한국이 대북 정책을 비롯한 지역 이슈에서 존재하는 틈을 메우고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할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미 간 이견이 두드러지는 영역은 대북 제재 완화 여부와 북한 인권 문제다. 바이든 행정부는 유엔 및 북한 주변국과 외교를 통해 대북 제재를 계속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지난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유엔 및 북한 주변국과 외교를 통해 제재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정부 기조를 재확인했다. 미국의 ‘선(先) 비핵화-후(後) 상응 조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추진을 위해 한반도의 ‘특수성’을 인정받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의 일부 완화를 제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인권 역시 한미 간 입장이 사뭇 다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의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과 우선주의와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북한 인권을 직접 거론하는 것이 북미·남북 대화에는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정인 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최근 세미나에서 “지금 제일 걱정되는 것은 미국이 인권 문제를 꺼내는 것”이라며 “그러면 (북한이) 대화로 나오기 힘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미 CRS는 문 대통령의 대북 관여 의지가 한미 간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 CRS는 최근 한미 관계 보고서에서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외교적 해법에 대해 환영 의사를 표명했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미국과 긴장이 조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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