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투자 인센티브, 예를 들면 전력과 용수의 안정적 공급 등 인프라와 소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미국 정부가 노력해달라”며 “그러면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이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미 기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DC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미국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은 44조원이 넘는 현지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논의가 발전되어 두 나라 사이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는 물론 백신 파트너십 구축을 포함해 전 업종에 걸쳐 교류와 협력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레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한국 기업들의 투자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한국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센티브와 용수, 원자재 등 기반 인프라 지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분야 500억 달러 대규모 지원 계획을 갖고 있으며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디지털 전환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며 “한미 양국 글로벌 기업들이 상호 투자를 활발하게 해서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동 R&D 등 필수 협력을 활발히 하면 제조 역량과 혁신 역량이 서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분야 등의 기업인도 발언을 보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를 모두 하는 기업을 이끌고 있다”며 “바이오 등 3대 중점 산업의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 사회와 시민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으로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날 SK하이닉스는 10억 달러를 투자해 실리콘 밸리에 AI(인공지능), 낸드 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대규모 R&D 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도 신규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환경문제에도 중점을 두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IT산업 발전에도 대단히 중요한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 기업과 동반성장하며 혁신에 활로를 찾겠다”며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더리 투자를 계획 중이다. 이를 통해 양국 경제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은 “수소기술 확충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2025년까지 74억 달러를 투자해서 전기차, 수소협력,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내년까지 안정적인 친환경차 생산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운 LG솔루션 사장은 “LG의 미국 배터리 투자는 미국 배터리 산업의 역사다. 미국 연방정부에서 반도체와 같이 배터리 분야에도 적극적 지원을 요청한다”며 “핵심원료 소자 분야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바이오 업계의 신규 투자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바이오 분야 위탁생산(CMO) 단일공장으로서는 세계 1위”라며 “샌프란시스코에 R&D센터를 개설해 양국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는데, 바이오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의 새로운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도 “노바백스와 긴밀히 협력해 조만간 안정적인 백신 생산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 기술이전, 생산 협정 등을 통해서 안전한 생산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며 “원부자재 등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파트너십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위싱턴=공동취재단, 서울=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