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널뛰기 속에 폭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주요 국가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재무부는 20일 1만 달러(약 1,133만 원) 이상 거래에 대해 국세청 신고를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탈세, 자금 세탁 등 불법행위 방지와 과세 기반 확대를 위한 조치이다. 중국은 18일 암호화폐 사용·매매·중개 불허 방침을 내리고 자국 채굴장에 대한 단속도 강화했다.
최근 암호화폐 가격 폭락은 투자자들을 패닉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19일 한때 22%가량 폭락했다가 20일 5,000만 원대로 반등한 데 이어 21일 다시 떨어졌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잇단 변덕 발언, 중국의 불허 조치, 미 연방준비제도의 자산 매입 축소 시사 등이 영향을 줬다. 이런데도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구체적인 암호화폐 관리 방안 마련에 별 진전이 없다. 일부 여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당정청이 대책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관련 당국들은 감독 업무를 서로 떠넘기려는 기류를 보여왔다. 다만 시중 은행이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9월까지 거래소에 대한 실명 계좌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등 검증의 총대를 멘다.
세계 주요국들은 암호화폐에 대해 두 갈래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중국·터키 등은 거래 자체를 불허하지만 일본 등은 금융 상품으로 어느 정도 용인하면서 적정한 규제를 한다. 일본은 거래소가 일정량의 코인 예치금을 넣고 손해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등 제도화를 시도해 거품을 거의 없앴다.
코인의 바탕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이므로 암호화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유독 과열돼 있으므로 상장 사기 등 불법행위와 투자자의 피해 등을 막기 위한 조치를 적극 취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암호화폐 검증·관리를 민간에 떠넘길 게 아니라 일본의 길을 참고해 우선 주무 부처를 정하고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영끌’ 투자에 나선 2030세대를 비롯해 500만 명이 넘는 투자자들의 표를 의식해 정치 논리로 접근하거나 눈치를 보는 행태를 보여서도 안 된다.
/논설위원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