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첩은 사건을 넘기고 넘겨 받은 기관이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지 권한을 유보한 이첩은 납득이 안 간다.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은 법제처 심사도 거치지않은 내부규칙임이 확인됐다. 헌법재판소에서 최근 공수처를 중앙행정기관이라고 판시를 한 바 있다.기관 내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훈령 지침은 내부적인 효력만 있을 뿐 대외적 효력을 가질 수 없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선일)심리로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공소사실 요지를 밝히고 수원지검 수사팀장 이정섭 부장검사는 “공소 제기가 적법하다"며 “법률 판단에 대한 최종 결과는 재판장님이 가지고 있다"며 공소제기가 적법한 지 판단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공수처의 기소권이 독점 배타적인지 등에 대해 늦기 전에 판단을 제시하겠다"고 답변했다.
검사 사건 기소권은 누구의 몫?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국금지 사건' 재판에 넘겨지며 ‘검사 사건 기소권’에 대한 판단이 법정으로 옮겨갔다.이날 재판에서 쟁점이 된 것은 ‘검사 사건 기소권’ 여부다.. 검사에 대한 기소 권한은 고위공직자수사처의 몫인데, 검찰이 직접 이규원 검사를 직접 기소한게 과연 정당하냐는 것이다.이규원 검사 측은 “기소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검사 측은 현직 검사에 대한 기소는 공수처 관할이니 “공소기각 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공소권 유보부 이첩’ 은 대외적 효력이 없다”며 맞섰다.
앞서 ‘공소권 유보부 이첩’은 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의 불씨가 됐다. 3월 공수처는 ‘김학의 불법출금’을 수원지검으로 재이첩하면서 ‘기소는 공수처에서 할테니 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다시 송치하라’는 ‘유보부 이첩’의 공문을 보내 검찰과 충돌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이 부장검사 검찰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사건’을 이첩한 게 아니라 ‘수사 권한’만 이첩했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논란의 ‘공소권 유보부 이첩’ 조항은 4일 공수처가 제정한 사건사무규칙에 명시됐다.사건사무규칙 제25조(다른 수사기관에의 이첩)에서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하면서 ‘해당 수사기관의 수사 완료 후 사건을 수사처로 이첩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 됐다 결국, 최종 기소 여부를 공수처가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검찰청은 “공소권 유보부 이첩 등을 담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법적 근거 없이 새로운 형사 절차를 창설하는 것”이라며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형사 사법 체계와도 상충될 소지가 크다”고 즉각 반박했다.
법원·헌법재판소에 넘겨진 판단…'위임 입법' 지적도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이 제정됐지만 결국 돌고돌아 ‘검사 기소권’에 대한 판단이 법원에 넘겨진 셈이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수원지검이 직접 재판에 넘긴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사건을 심리하거나 공소 기각을 하게된다. 공소기각이란 검찰의 공소 제기가 법률에 어긋나 애초에 무효라는 이유로 법원이 재판을 종결하는 절차를 말한다.
다만 사건이 팽팽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건 항소나 항고로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새로운 기관이 연착륙하는 과정에서 기관간 권한 쟁의에 대한 해석"이라며 "결과적으로 대법원에서 ‘검사 기소권’을 누가 갖느냐는 판례로 정리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에서 '검사 기소권'을 논의할 수도 있다.앞서 이규원 검사 측은 지난달 19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 검사는 “공수처장의 재이첩 요청을 무시한 채 전격 기소한 검찰의 공권력 행사 등에 대하여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접수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검사가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은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에 따른 것이다.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수 있다. 당초 헌법소원 자체가 각하 가능성 높다고 평가받았으나, 심리 기간이 길어지며 본안 심리로 넘어갈 가능성도 보이며 헌재의 판단도 주목된다.
새로운 기관이 발을 떼는 과정에서 진통은 불가피하지만 현재 공수처를 둘러싼 권한 논란을 두고 ‘위임 입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법을 만들 때 숙의를 통해 논란의 여지가 없게 만들어야 한다"며 “법을 엉성하게 만들고 구체적인 판단을 사법부에 위임한 격”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공수처와 검사 간에 기소권 여부가 정립이 안된 상태이기에 법정으로 문제가 넘겨졌다는 것이다.
/구아모 기자 amo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