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전문가 그룹이 21일 공식 출범했다. 잠행을 이어가고 있는 윤 전 총장의 향후 정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국민연합)’은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 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창립 기념 토론회를 열었다. 윤 전 총장의 대학 은사인 원로 법조인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직접 축하 강연을 했다. 대학교수와 법조인 등 사회 지도층이 윤 전 총장의 지지조직을 결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우후죽순 생겨난 팬클럽 수준 단체들과는 급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송 명예교수는 이날 강연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제자인 윤 전 총장이 옛날에 정치하면 어떨까 하고 (내게) 물어봤다"며 "그때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국민연합은 릴레이 토론회를 통해 정책공약을 개발해 윤 전 총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발기인 대표로 나선 정용상 동국대 명예교수는 통화에서 "지역별, 분야별 토론을 내년 대선 전까지 지속하려고 한다"며 "그 결과물을 윤 전 총장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 모임이 잠재적인 대선 싱크탱크로 확대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윤 전 총장 측의 한 지인은 통화에서 "윤 전 총장과 직접 상관이 없는 모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포럼 참석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다른 지인은 "요즘 윤 전 총장을 팔아 자기 장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당혹스러운데, 이 모임은 성질이 다른 것 아니냐"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치 기반이 전무한 야인으로서 대선 조직에 대한 고민이 많은 상황인 만큼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춘 지지 그룹 형성을 반가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모임이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를 가속하는 촉매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노동, 복지, 안보, 경제 분야 전문가들과 비공개 만남을 이어가며, 국정 운영에 대한 기본기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는 사퇴 후 80일이 다 되도록 칩거 중이지만, 매주 적어도 한 차례 이상 교수들과 만나면서 나름의 '대선 수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법조인은 통화에서 "한두 달 정도는 더 공부만 하지 않겠나"라며 지지 모임 출범이 그의 공개 활동을 앞당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이 당에 들어올 수 있도록 '판'을 까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윤 전 총장 등을 호명하며 "적절한 시점에 제1야당 통합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과 친분이 있는 한 의원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입당했다면 서울시장이 됐을 것"이라며 "윤 전 총장도 국민의힘과 함께 가야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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