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기업이 미국 주요 백신 제약사와 협력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공급될 코로나19 백신 수십억 회분을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생산한다. 여기에는 국내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등이 참여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백신 공급을 늘려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韓 기업 만든 백신으로 코로나19 종식 앞당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한미정상회담 후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선진 기술과 한국의 생산 역량을 결합한 ‘한미 백신 글로벌 포괄적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백신 파트너십은 백신을 생산해 효과적·효율적으로 전 세계에 백신을 공급해 전 세계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기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백신을 개발하고, 한국 주요 기업은 이 백신을 ‘위탁생산’한다. 이 백신은 인도, 태평양 지역의 미국 우방국에 공급되고 그 과정에서 한국도 백신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백신 생산자와 협력을 이야기했다”면서 “한국의 매우 정교하고 뛰어난 회사와 함께 엄청난 양의 백신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는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여해 실무적 논의도 진행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이미 글로벌 위탁생산 중·삼바는 세계 최대 CMO
실제로 두 기업 중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아스트라제네카(AZ),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개발 물량 중 상당수는 국내에 공급되고 있지만, 국제 백신 공급 협력체인 코박스가 전 세계로 공급하는 AZ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전량 생산 중이다. 이미 백신 위탁 생산 능력을 국제적 수준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위탁생산 뿐 아니라 기술이전까지 계약한 만큼 더욱 기대가 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월 기술 이전을 받아 노바백스 백신 생산을 준비하고 있지만 계약 기간이 1년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노바백스와 기술이전 관련 계약을 연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직접 백신 생산 물량을 조절할 수 있어 국내에 공급하기로 계약된 백신 2,000만 명분 이외에도 추가적인 물량 생산이 가능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유럽, 미국에 백신을 공급할 수 있는 인증을 추진하고 연간 5억 도즈의 노바백스 백신 생산 가용 능력을 갖추고 생산을 준비 중인 만큼 출시가 시작되면 생산을 크게 늘려나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mRNA 백신 위탁생산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일라이릴리, GSK 등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생산은 참여했지만 백신 생산 시설은 갖추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때문에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의 mRNA 백신 병입 완제품(DP) 위탁 생산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모더나가 한국 지사 설립을 진행 중인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원액 생산 관련 논의도 추진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현재 전 세계에서 모더나 백신의 원액 생산은 스위스 기업인 론자만 담당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간 36만4,000 리터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전세계 최대 규모의 위탁생산기업(CMO)으로 추가적 생산 라인을 갖추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군 장병 55만명 백신 공급…동맹 차원 백신 공급
한편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동생 차원에서 한국군 장병 55만 명에게 백신을 직접 공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주기적으로 미군과 접촉하는 한국 병사들에게 백신이 제공될 전망이다. 55만 명은 한국군 전체가 접종할 수 있는 물량으로 미국 정부가 해외군에 접종할 백신 전체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추가적 지원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두 곳의 기업이 주요 백신 3종의 위탁생산을 진행하는 만큼 상당 물량이 국내에도 공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위탁생산을 하면 일정 물량을 국내에 공급했고 기술이전을 받으면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수급에 더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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