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이 대만 문제에 대해 논의했나요?”
“행운을 빕니다.(Good luck)”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만 관련 질문이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에게 농담처럼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대만 해협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수 있는 뇌관으로 한국의 대답이 어느 쪽으로 치우쳐도 곤란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 쿼드와 남중국해는 물론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하는 대만해협 문제까지 언급했다. 공동성명에 '중국'을 겨냥한 직접적인 표현은 빠졌지만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한미동맹을 강조한 만큼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의 주요 합의 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에서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남중국해 및 여태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 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만 해협 문제와 관련,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문구를 포함했다.
문 대통령은 공동성명 발표에 앞서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면서도 “양안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양국이 그 부분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쿼드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것 관련, “우리 정부는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 등 협력 원칙 에 부합하고, 지역 글로벌 평화· 번영에 기여한다면 어떤 협의체라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이러한 입장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성명에 남중국해를 포함한 지역에서의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가 이미 아세안 관련 회의 등에서 합의했던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전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한국을 '조미항중(助美抗中·미국을 도와 중국에 대항한다는 의미)'에 끌어들이기 위해 강온양면책을 쓰지만, 한국은 자신을 위해 버텨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중 안보 전략상 쿼드·남중국해·대만해협 문제는 이해관계가 정면 충돌하는 지점인 만큼 한국 정부를 향해 공동성명에서 언급하지 말라고 사전에 압박한 것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열린 미일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언급된 데 대해서도 "중국의 내정을 도 넘게 간섭하고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란 전제 하에 대만을 통일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 체제를 추구한다. 그만큼 ‘대만’에 대한 다른 국가의 인식과 발언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반면,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이후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민주주의와 인권이란 가치를 강조하며 동맹국과 함께 중국 압박에 나섰다. 이처럼 대만 해협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대만을 언급한 것이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서울=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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