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정상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거론한 데 대해 중국은 떨떠럼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대만은 공개적으로 환영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2일 오후 한미 정상회담 관련 기사를 내보내면서 한미 공동성명에서 언급된 ‘대만 해협’이나 ‘남중국해’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보도하지 않았다. 이는 북한 문제나 한미의 코로나19 백신과 반도체 등 협력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소식을 전한 것과 대비됐다.
관영 매체가 중국의 핵심 이슈인 ‘대만’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은 것은 한미 양국의 공세에 대해 중국 수뇌부들이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는 표시로 해석됐다. 사건이 주말에 일어나 시진핑 등 이들 수뇌부들이 의견을 교환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 외교부와 주미 중국대사관 등도 아직 별도의 입장문을 내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로 국수주의적 매체로 평가되는 환구망은 이날 “한미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가 언급됐다”면서 다소 불편한 감정을 표시했다. 환구망은 전날 대만 문제가 한미 공동성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한국이 미국의 협박에 독약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었다.
중국의 이런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의 대만 언급과 비교해서 중국에 대한 타격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한미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는 사실 비중이 작았고 또 원론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중국 측에서도 한국이라는 지렛대를 중요시하는 상황에서 막무가내식으로 반발하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대만 문제 언급도 문제였지만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만은 물론 홍콩, 신장위구르 등을 나열하면서 확실하게 미국 입장에 동조한 것이 중국에서 불만을 샀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불만 표시 외에는 일본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는 없는 상황이다.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가 제기되면서 정작 대만은 반색이다. 대만 외교부는 22일 오후 트위터 계정에 백악관의 한미 정상 공동성명을 소개하며 “한미 정상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데 대해 우리의 감사를 표한다”며 “우리는 안전하고 역동적이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해 미국, 한국,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으로서는 중국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한국이라는 우군이 하나 더 생긴 것으로 기대할 만한 상황이 된 셈이다.
한미 양국은 앞서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선언했다. 한미가 역대 정상 간의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성명은 또한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생각하면서 양국(한미)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언하면서 지나친 반중국 경향으로 흐려는 것을 경계했다. 물론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할 테니 중국도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해 달라는 주장으로도 해석됐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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