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에서 4·7 재보선 참패 후 요란하게 시작한 부동산 세제 개편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 수술 등의 쇄신 작업이 대부분 도루묵이 될 상황이다. 부동산 문제에서는 보유·거래세 전반을 고칠 것처럼 하더니 재산세 감면 대상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리는 등 미세 조정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가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냈지만 강경파의 반발로 내홍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는 대신 이를 초과하는 고가 주택에 대해선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현행보다 낮추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LH 관련 투기 의혹 조사에는 1,500여 명의 수사 인력이 투입됐지만 여당 의원 2명은 무혐의 처리됐고 구속된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는 거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부패와의 전쟁’까지 선언했는데 결국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조짐이다. 곧 발표될 LH 조직 수술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LH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그 아래에 2~3개의 자회사를 두는 개편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체에 버금가는 혁신’이라고 주장하지만 토지와 신도시 개발 관련 조직·기능은 LH 주변에 남는 등 별다른 변화가 없다. 민간에 최대한 기능을 넘길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됐고 낙하산 창구만 늘어나게 됐다. 당정이 부동산 정책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사이 서울 집값은 2·4 대책 발표 전처럼 들썩이고 있다.
여권은 재보선 참패 후 반성 모드로 정책을 전환하는 듯하더니 다시 선거 전 행태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을 새겨야 한다. 이념에만 집착하지 말고 중장기 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원점에서 다시 마련해야 한다. 1주택자의 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공급의 중심 축을 공공에서 민간으로 과감하게 돌려줘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