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후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건 관련, 정민씨와 한강에서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 측이 여러 의혹 제기에도 대응을 하지 않았던 이유와 신발을 버린 경위 등에 대해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A씨가 또 다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 변률대리인인 양정근 변호사는 23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를 통해 "22일 (A씨에 대한) 추가 조사가 있었고, 꽤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양 변호사는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면서 "'(A씨가) 만취한 상태였다'는 걸 입증할 객관적 증거는 많다"고도 했다.
양 변호사는 이어 "목격자들이 (A씨가) 토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나 (A씨가)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여전히 만취 상태라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차장에서 토를 했다"면서 "최면조사 역시 소위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만취한 상태여서 기억이 안 돌아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양 변호사는 귀가 후 다시 한강공원으로 돌아온 A씨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과 관련해선 "이것만으로 만취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여기에 덧붙여 양 변호사는 "영상이 짧고 단편적인 장면이라서 그것만 가지고 취했느냐 취하지 않았느냐를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 "블랙아웃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양 변호사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목격자를 매수했다'는 루머에 대해선 "저희는 목격자가 어떤 분인지도 모른다. 수사기관에서만 알고 있다"고도 했다.
양 변호사는 그러면서 "인신공격과 악의적인 루머에 대해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A씨와 A씨 가족에게 쏟아지는 악플과 비난들이 또 하나의 비극을 만들 수 있다. A씨와 그 가족이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 3번, 최면조사 2번, 프로파일러 면담 1번을 진행했다. A씨 아버지와 어머니를 상대로 각각 2번, 1번의 참고인 조사를 했다.
한편 정민씨의 아버지 손현(50)씨는 경찰 수사를 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손씨는 지난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경찰이 정민이를 한강에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간 사람으로 만들어가고 기가 막힌 시간에 기가 막힌 증인이 다수 출현했다"며 "짜맞추는 일만 남은 느낌이다. 예상은 했지만 서운하다고"고 적었다.
그러면서 손씨는 "이미 초기에 증거는 다 없어지고 제일 중요한 사람은 술 먹고 기억 안 난다고 하는데 무슨 방법이 있었을까"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안하고 수사를 요청하지만 눈은 딴 데를 보고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손씨는 "어차피 예상했던 바니 다음 움직임을 준비해야 한다. 원치 않지만 밀어내면 할 수 없다"면서 "방향이 어떻게 흘러가든 계획한 일들을 진행할 것"이라고 썼다.
한편 중앙대 의대에 재학 중이던 정민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께부터 이튿날 새벽 2시께까지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뒤 닷새 만인 지난달 30일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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