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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이-팔 분쟁의 유일한 해법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경제·방위력 슈퍼파워 이스라엘

건국 신념 정의·도덕성 바탕으로

팔레스타인의 국가 건립 허용 등

이웃과 상생할수 있는 길 찾아야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지난 수십 년 동안 도대체 달라진 게 없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국제사회는 긴장 해소를 주문하고 양측이 정전에 합의하면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분쟁은 정치력이나 무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도덕적 설득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이스라엘은 명실상부한 중동의 슈퍼 파워다. 바일란대 전략연구소는 최근 이스라엘과 다른 중동 국가들의 국력 차이를 수치로 제시했다. 이스라엘의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이집트의 14배, 이란의 8배, 레바논의 6배, 사우디아라비아의 2배에 가깝다. 이스라엘은 인공지능(AI), 컴퓨터 디자인, 항공과 생명공학에 초점을 맞춘 최첨단 정보 산업 경제를 구축했고 GDP의 5%를 연구개발(R&D)비로 사용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다. 외화보유고는 1,800억 달러로 세계 13위다. 이스라엘 인구가 900만 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이로운 수치다. 방위력에서는 중동의 다른 국가들이 아예 상대가 안 된다. 이스라엘은 지난 1967년 단 6일 만에 아랍 연합군을 패퇴시켰다. 지금 맞붙는다면 불과 몇 시간 만에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것이다. 이스라엘 인구는 이란의 10분의 1 정도지만 훨씬 많은 국방 예산을 사용할 뿐 아니라 제공권 등 결정적인 전력에서 압도적인 양적·질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100여 개의 핵탄두를 지닌 중동 지역의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이기도 하다.

중동 최강자인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은 결코 위협이 될 수 없다. 경제력 차이는 물론이고 방위력 역시 비교조차 하기 힘들다. 둘 사이의 격차는 최근 발생한 무력 충돌의 사망자 수만 놓고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이스라엘 사망자 한 명당 20~30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숨졌다. 게다가 팔레스타인은 정치적으로 분열된 상태다. 가자지구는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아랍국들마저 못마땅해하는 하마스가 이끈다. 반면 웨스트뱅크는 85세의 마무드 아바스가 장악하고 있다. 무려 11년간 선거를 연기한 아바스 정부는 부패와 무기력의 늪에 빠진 지 오래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거래를 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국가 안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팔레스타인의 로켓 공격이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국가 차원의 손실은 미미하다. 웨스트뱅크를 둘러싼 장벽과 아이언 돔 방공 시스템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의 막강한 군사력은 팔레스타인의 테러에 따른 사망자 발생 가능성을 거의 완벽하게 제거한다. 국가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가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제재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스라엘은 강력하고 다양화된 선진국형 경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년 사이 타 국가와의 교역과 기술 교류 역시 눈부신 성장을 기록했다. 러시아와 인도 등 한때 소원했던 국가들이 지금은 이스라엘에 접근하기 위해 애를 쓴다.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 같은 아랍국들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한 주된 이유 역시 수교에 따른 경제적 혜택이다.



남은 방법은 이스라엘의 도덕성에 호소하는 것뿐이다. 강력하고 부유하며 안전한 국가인 이스라엘은 거의 500만 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정치적 권리조차 부여하지 않고 있다. 제국주의 시대가 막을 내린 후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상황이다. 물론 이스라엘 지도자들도 할 말이 많을 터이다. 과거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이스라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극심한 내부 분열로 일관된 입장을 취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현재 추하고 굴욕적인 조건에서 살아간다는 점이다. 팔레스타인은 보편적 권리인 민족자결권마저 거부당했다.

지난 20년 동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이슈에 관해 비타협적인 자세를 취했다. 현 정부는 평화를 위해 어려운 양보를 한 베긴·샤론·올메르트 등 이전의 우익 정권에 비해 훨씬 극단적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여전히 진보적인 민주국가다. 이스라엘의 건국 공신들은 그들이 새로 세운 나라가 민족주의뿐 아니라 정의와 도덕성에 바탕을 둬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지금도 이스라엘인 중에는 국가 안보와 팔레스타인의 자존감을 두루 충족시키는 상생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유일한 희망은 그런 생각을 가진 세력이 집권해 팔레스타인의 국가 건립을 허용하는 것이며 이야말로 이사야서에 등장하는 ‘열방의 빛(a light unto the nations)’으로서 이스라엘이 지닌 역사적 사명을 최종적으로 완수하는 것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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