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만취 상태로 벤츠를 몰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60대 노동자를 숨지게 한 30대 여성이 당시 상황에 대해 “하나도 기억 안 난다”고 했다.
2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도착한 운전자 권 모(30) 씨는 “술은 얼마나 마셨나”, “당시 상황 기억나는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또 “빈소가 차려져 있는데 피해자와 유족에게 할 말 있느냐”는 물음에는 “죄송합니다.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작은 소리로 말하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권 씨의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동부지법 심태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법원의 판단은 이날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권 씨는 전날 오전 2시경 서울 성동구 뚝섬역 인근 도로에서 낡은 지하철 방음벽을 철거 중이던 일용직 노동자 A(60) 씨를 자신의 벤츠 승용차로 들이받아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이 사고로 A 씨가 현장에서 사망했고, 권 씨의 차량은 크레인 지지대를 연이어 들이받은 뒤 불이 나 전소했다. 차에 불이 나기 전 탈출한 권 씨는 타박상 등 경상만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권 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여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확보한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 A 씨와 함께 작업하던 목격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홍연우 인턴기자 yeonwo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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