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미술관 앞에 세워질 높이 8m의 대형 마릴린 먼로 동상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기업 PS리조트는 올여름 팜스프링스미술관 앞 도로변에 전설적인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동상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동상은 먼로가 지난 1955년 출연한 영화 ‘7년만의 외출’에서 지하철 환기구 바람에 날리는 흰색 원피스 치맛자락을 두 손으로 잡는 그의 대표적 포즈를 본 따 만든 작품으로, 조형예술가 J. 슈어드 존슨이 제작했다.
그러나 PS리조트 측이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주고 사온 이 동상 설치에 대해 지역사회에서는 반대 여론이 거세다. 동상 설치 반대파는 이 작품이 여성혐오와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시선을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술관 정문 앞에 서면 먼로 동상의 엉덩이 부분이 정면으로 보이게 되는 위치 선정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팜스프링스미술관 이사회의 제인 에미슨 의장은 “이 작품이 미술관 소장품으로 잘못 인식될 위험이 있다”면서 “팜스프링스를 20세기 중반의 건축·디자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소로 만든다는 목표를 해칠 것이라는 여론이 많다”고 했다. 1938년 개관한 팜스프링스미술관은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6년 미 국립 사적지에 등재된 바 있다.
팜스프링스미술관장을 지낸 엘리자베스 암스트롱도 최근 이 작품의 설치를 반대하는 탄원서에 41,000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는 먼로 동상에 대해 “여성이 성적 대상물로 취급받았던 과거의 이미지”라며 “우리는 문화적으로 진보한 도시에서 살고 싶다. 그것이 내가 팜스프링스에 바라는 것 중 하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패션 디자이너 트리나 터크는 해당 동상을 팜스프링스미술관 앞에 설치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까지 조직했다. 이 시민단체는 팜스프링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20세기 중반 건물인 팜스프링스미술관 앞에 이런 동상을 세울 수는 없다며 시(市) 측에 다른 입지를 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항의에도 팜스프링스시는 먼로 동상 설치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동상 설치가 최근 시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사안임을 강조했다. 법원 역시 먼로 동상의 팜스프링스미술관 앞 설치를 중단해달라는 시민단체의 가처분신청을 최근 기각했다. 터크는 팜스프링스시를 상대로 먼로 동상의 설치 금지를 요구하는 추가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다.
논란에 대해 먼로 동상의 설치 주체인 PS리조트 측은 “이 작품이 팜스프링스의 다른 곳에 설치됐을 때 관광객들이 늘면서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관광객 유치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 작품은 과거에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 2011년 시카고의 파이오니어 광장에 전시됐던 이 동상은 “성차별적이고 상업적인 전시물”이라는 지적을 받고 조기 철거됐다.
/홍연우 인턴기자 yeonwo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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