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세몰이 현상에 대해 ‘장유유서(長幼有序)’를 언급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35세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등 젊은 지도자들이 국정을 잘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구시대적 관념을 꺼냈다는 지적이다.
정 전 총리는 2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세대 대결 구도로 펼쳐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관련해 “장유유서, 이런 문화도 있고 그런 변화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지만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당 대표 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륜 없이 할 수 있겠느냐”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이어 “옛날에 영국에 밀리밴드라고 하는 39세 당 대표가 나온 적이 있다”며 “그런데 아마 그 당이 정권을 잡는 데 실패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이낙연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60세 이상 후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상황에서 자신이 최연장자(70세)라는 사실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자칫 민주당이 ‘꼰대 정당’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에 이 같은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 전 총리의 발언을 즉각 비판했다. 그는 “제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이라는 게 이런 것”이라며 “시험 과목에서 ‘장유유서’를 빼자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그게 시험 과목에 들어 있으면 젊은 세대를 배제하고 시작한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역시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초선 여성 후보 김은혜 의원이 1등을 했으면 남편과 아내는 직분이 다르다는 ‘부부유별’을 들고 나왔을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도 거들었다. 강 대표는 “장유유서는 정치에서 쓰는 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으로 승진하고 호봉이 오르는 연공급제 회사처럼 정치가 움직인다면 그야말로 끔찍한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총리는 논란이 일자 “젊은 후보가 정당 대표로 주목을 받는 것은 큰 변화이고, 그런 변화는 긍정적이며 정당 내에 잔존하는 장유유서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한발 물러섰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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