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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백신접종률 50%와 집값 급등, 그리고 인플레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25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는 모두 하락했습니다. 월가에서는 투자자들이 앞으로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이날 주목할 만한 소식이 몇 개 나왔습니다. 성인 백신접종률 50% 기록과 예상보다 더 크게 오르는 집값, 그리고 긴축 얘기인데요. 말씀드린 세 가지는 서로 연관성이 있습니다. 미국 현지의 코로나19 상황부터 하나씩 전해드리겠습니다.

성인 완전 접종 비율 50%…“6월 넘으면 마스크 쓰는 사람 없을 것”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날 오후4시50분 현재 18세 이상 백신접종 완료자는 1억2,905만4,480명으로 비율로는 딱 50%입니다. 1회 이상 맞은 이들은 1억5,895만4,785명으로 61.6%에 달합니다.

코로나19 백신을 1회만 맞아도 상당 부분 효과가 있으니 집단면역에 꽤 가까워진 것이죠. 미국 언론에서 “또다른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경제정상화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정상화로 가는 상징적인 조치는 실내 마스크 착용 여부인데요.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현재 백신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실내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는 곳은 뉴저지와 매사추세츠, 캘리포니아, 하와이 등 단 4곳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뉴저지와 매사추세츠는 이달까지 이를 없애기로 했습니다. 남부와 중서부 주들은 아예 마스크 착용규제가 없고 펜실베이니아를 포함한 일부 주는 백신 미접종자만 쓰게 합니다. 하지만 백신 미접종자를 가려내는 게 불가능하므로 사실상 규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한 시민이 플로리다 탬파에서 학교의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폐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마스크 해제지침에도 마스크를 안 벗는 이들이 많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이는 큰 틀에서는 맞지 않습니다. 뉴욕 맨해튼의 경우 길거리에서 10명 가운데 3~4명 정도는 쓰지 않고 있는데 갈수록 그 숫자가 늘고 있습니다. 뉴저지는 길에서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습니다. 28일부터 실내 착용 규제가 사라지면 더 늘겠죠. 시간문제라는 얘깁니다.

특히 여름이 다가올수록 더 할 겁니다. 지난 21일 뉴저지의 놀이공원 6플래그스를 찾았는데 개장 시간에는 야외에서 98~99%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오후 들어 기온이 28도 이상, 30도 가까이 오르니 마스크를 쓴 사람의 비율이 40~50%로 뚝 떨어졌습니다.

뉴저지주 차원에서는 이미 야외 마스크 지침을 없앴지만 6플래그스는 이를 22일부터 적용하기로 한 상태였습니다. 업체(6플래그스) 지침 위반이지만 단속이 불가능하고 CDC나 주정부 지침에 어긋나는 것도 아닙니다.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인 스콧 고틀립은 “6월까지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는데요.

가을학기부터 전면 등교체제로 바뀌고 각 매장과 사업장도 실내 마스크 착용지침을 없애면 미국은 사실상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솔솔 흘러나오는 인플레 피크론…10년 만기 국채 1.55%까지 하락


미국의 일상 생활이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듭니다. 항공여객 수가 코로나19 이전의 90%를 회복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미국인들은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호텔방값도 계속 오르고 있고요.



하지만 동시에 눈여겨 봐야 할 게 한동안 시장을 달궜던 인플레 우려가 일단 잠잠해졌다는 겁니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연 1.558%까지 떨어졌는데요. 월가에서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4.2% 상승에도 당장 긴축은 없을 것이며 7~8월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시간이 있는 겁니다. 세븐스리포트를 만든 톰 에세이는 “증시는 다음 빅이벤트, 즉 연준의 테이퍼링 스케줄이 나올 때까지 지금의 패턴을 유지할 것”이라며 “테이퍼링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이 좀더 명확해질 때까지는 지금 같은 변동성을 예상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월가에서 인플레 피크론이 조금씩 흘러나온다. 하지만 인플레가 일시적인지 확실히 드러나는 시점은 7~8월께가 돼야 할 것이고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해서 연준의 긴축시계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발 더 나가 이제 인플레 상승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예측이 나옵니다. 마크 해펠레 UBS의 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이 인플레이션 피크”라고 했고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연준 관계자들이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잇따라 공개적으로 발언한 이후 시장이 진정된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날 시장에서는 옥수수 선물이 6% 하락해 한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 농부들이 대거 재배를 확대, 되레 과잉공급을 우려하게 된 것인데요. 메리 달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CNBC에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며 연준 주요 인사들의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15년 만 최대 집값 상승…긴축논의 시점은 다가온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해서 긴축이나 금리인상을 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이미 4월 CPI 수치(4.2%)에서 봤듯 물가상승률은 연준의 목표인 평균 2%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고 더디긴 하지만 고용시장은 계속 회복하고 있죠.

여기에 주택가격이 너무 빨리 오르고 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3월 전국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보다 무려 13.2%나 폭등했는데요. 이는 금융위기 이전인 2005년 12월 이후 가장 큰 수치입니다. 전달(12%)보다도 상승폭이 커졌는데요.

물론 집값 상승은 1차적으로 공급부족 탓입니다. 뉴저지만 해도 주요 지역은 매물이 없어 뉴욕주 근처까지 올라가야 하는 상황인데요.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시장에 매물로 나온 주택은 107만 가구로 전년보다 28.2%나 적습니다.

워싱턴의 연준.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이날 다가오는 회의에서 자산매입축소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중요한 것은 집값이 오르면서 월세도 덩달아 뛰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다 보니 백악관도 최근의 집값 상승에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집값과 월세 상승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입니다. 가격상승의 수혜층이 있지만 반대로 적정 가격에 집을 못사게 되는 이들은 불만이 커지게 됩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집값 상승 뒤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주택가격 상승의 주원인은 공급부족으로 보지만 통화정책과 연관성이 있다고 시인합니다. 집값이 계속 불안정해지면 백악관과 연준 입장에서는 통화정책을 판단할 때 또 하나의 주요 고려 요소가 생기게 됩니다. 지금은 고용과 물가, 두 가지를 보고 있죠.

마침 이날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이 “앞으로 다가올 회의에서 자산매입축소를 논의할 시기가 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장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지난 번 회의록에 이어 계속해서 연준이 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군불을 때는 모습입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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