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미정상회담에서 원자력 발전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 원전 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해 해외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양국 정부가 고위급 모임을 개최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탈원전하는 정부가 해외에서는 미국과 협력해 원자력 발전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세운 탈원전 이유는 안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지금까지의 에너지 정책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후순위였으며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는 대전환을 위해 탈핵 국가로 간다”고 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발전업 종사자 수는 현 정부 출범 후 3년 동안 9,426명에서 8,241명으로 줄고 연구 기관이나 민간 기업 관련 종사자도 감소했다. 경북 울진군의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는 개교 이래 첫 정원 미달 사태를 겪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 기술보다 해체 기술을 강조하게 됐다.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고 해체 대상으로 여기는 나라가 외국에 우리 원전을 사라고 하는 것은 난센스다. 남에게 팔고자 애쓰기에 앞서 이미 국내에서 사전 준비가 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진행하는 게 순서다.
애초 탈원전이라는 구호가 실체와 비교해 거창했다. 정부 계획에 따르더라도 원자력 발전소가 현재 24기, 오는 2034년 17기, 2050년에도 두 자릿수를 유지하며 2080년이 넘어야 가동이 중단된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탈원전 정책 명칭은 내용과 맞지 않는 이름이다. 정확히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고 말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초점으로 원전 폐쇄가 핵심이 아니라는 의중이다.
미국은 최근 버지니아주 서리 원전 1·2호기 수명을 20년 연장해 8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었던 일본도 최근 안전성 검사를 거친 발전소를 속속 재가동하고 있다. 정부가 설계 수명 연장 불허 및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를 고집할 일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현 정부 임기가 내년 5월 끝나므로 그때 가서 문제를 풀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올해 10월 초까지 발표하고 11월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단순히 숫자만 올려서는 안 되고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도 제한을 위한 노력과 2050 온실가스 제로 달성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 실질적 효과를 거두도록 세부 계획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자면 원전이 긴요하다.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석탄 820,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490,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가 10∼20 정도다. 그런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24시간 전기를 생산하기 힘들어 설비 용량을 늘려도 실제 발전량은 그에 훨씬 못 미친다. 한국은 지난해 석탄 발전 축소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기초로 한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유엔에 제출했다. 여기서 배출량을 더 줄이는 방안은 원전 이용률 제고밖에 없다.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얘기도 미국과 한국에서 많이 나왔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 방침은 원전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혁신형 SMR 개발의 ‘연구’를 지속한다는 것이다. 탈원전의 허상에 묶여 생산이라고 말을 못 한다.
문 대통령은 친환경 넥타이를 매고 흑백 TV 방송을 통해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이번 주말에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P4G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의지를 밝힌다. 원전 활용 같은 국가 정책과 계획으로 뒷받침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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