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국내 설비투자가 중국·일본과 비교해 가장 부진한 반면 해외로 나가는 투자는 제일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한중일 3개국의 자국 내 설비투자를 분석한 결과 중국과 일본의 투자 증가율이 연평균 4.3%, 3.9%인데 한국은 2.5%에 머물렀다. 반면 해외 직접투자 증가율은 한국이 7.1%로 중국(6.6%), 일본(5.2%)을 앞질렀다. 중국은 신성장 산업 설비투자가 활발하고 일본도 감세 정책 등에 힘입어 민간의 혁신 투자가 늘어난 것과 달리 우리 기업은 규제에 지쳐 해외로 나가기에 급급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설비투자 중 반도체 비중이 2011년 23.4%에서 지난해 45.3%로 치솟을 만큼 쏠림이 심하다는 점이다. 투자 편중을 막으려면 새 산업이 융성해야 하는데 규제 올가미가 가득한 데다 ‘타다 금지법’처럼 진입 장벽이 높으니 기업들이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진입 규제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기업들의 해외 엑소더스가 계속되고 있지만 국내 유턴 실적은 초라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4년 이후 해외 직접투자를 통해 해외에 설립된 신규 법인은 2만 2,405개이지만 국내 복귀 기업은 84개에 그쳤다. 사업 인허가가 여전히 까다로운 데다 강성 노조의 압박과 법인세·상속세 등의 부담도 크니 한국에서 사업할 마음이 나겠는가. 산업 패권 전쟁이 격화하며 미국 등이 우리 주력 기업을 향해 자국 내 투자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명분조차 찾기 힘들다. 기업의 해외 이탈을 막는 길은 단순하다. 중앙과 지방 정부가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족쇄를 일괄적으로 풀고 신성장 산업의 규제 울타리를 걷어내면 기업들은 앞다퉈 투자 보따리를 열 것이다. 투자 여건이 좋은 고국 땅을 버리고 해외로 나갈 기업인은 없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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