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까지는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지속한 확대 재정 정책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회의에서도 ‘전시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재정 역량을 총동원할 것을 주문했다. 2019년 회의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가 채무 비율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숫자에 집착하지 말라”고 다그쳤다.
문 대통령이 앞장서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사이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가 채무(D1·중앙정부+지방정부 채무)만 보더라도 2017년 660조 원에서 올해는 966조 원으로 300조 원 이상 급증한다. 이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36%에서 48.2%로 오른다. 앞으로도 확장적 재정 운용을 예고한 상태여서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에는 국가 채무가 1,100조 원에 육박하고 국가 채무 비율도 5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파른 국가 채무 증가세에 대해 국내외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디스는 12일 한국의 국가 채무가 ‘역사적으로 최고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3일 국가 채무의 높은 증가세가 장기화할 경우 재정 대응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국가 채무) 증가 폭이 낮고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편”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나타냈다.
여당도 내년 대선을 의식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과 손실보상제 도입 등 재정 퍼주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지금 글로벌 경제는 인플레이션 공포에 긴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을 풀어 통화량을 늘리는 것은 인플레이션만 자극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국가 부채에 의존해 선심 정책을 펴려는 발상을 당장 멈추고 재정 방화벽부터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또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나랏빚 급증에 대해 사죄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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