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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lay] '모범택시' 아니 기사님, 내비는 이 길이 아니라는데…





법으로 원통함을 풀 수 없었던 이들만 탈 수 있던 모범택시가 내비게이션에서 벗어났다. 이 길이 지름길인지, 잘못 든 길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시청자들은 기꺼이 요금을 지불할까, 아니면 이게 뭐냐며 기사님과 한바탕 언쟁을 벌여야만 할까.

마지막 2회를 남겨둔 현재 작품은 ‘사적 복수는 정의가 될 수 있는가’를 반복적으로 묻고 있다. 사적 복수를 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들의 사연과, 이를 완벽하게 해결해주는 무지개운수 식구들의 통쾌함으로 승부수를 걸었던 초반과는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최종 빌런이었던 백성미(차지연)이 사라진 가운데,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의 흐름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백성미가 무지개운수 장성철 대표(김의성)의 뒤통수를 치면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이미 예견된 바 있다. 초반부터 최종 빌런이 백성미라는 것은 대다수 시청자들이 예상했던 바였지만, 이 사건이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는다’는 화두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이는 악당의 등장부터 사적 복수까지 패턴화시켜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액션 활극으로 자리잡았던 ‘모범택시’의 정체성을 흔들었다. 장애 노동자 착취, 학교폭력, 직장갑질, 보이스피싱, 시신 없는 살인사건 등에서 보여준 무지개운수 식구들의 사적 복수는 법으로 온전히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을 겪은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대변했다. 그리고 함께 분노했던 이들에게 더 도와주지 못해 미안했던 감정을 아주 조금이나마 덜어내게 만들었다.

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당신들이 하는 게 정의 같지? 그래 봤자 당신들도 똑같은 범법자야”라는 강하나 검사(이솜)에게 김도기(이제훈)은 말한다. “당신은? 자격도 되면서 왜 못했는데. 그놈한테 구형된게 고작 10년인데, 그조차 제대로 살고 나오지도 않았어. 초범이라 깎이고, 심신미약이라 깍이고, 반성한다고 깎이고. 그런데 그거 알아? 피해자들은 그딴거 신경 안써. 일은 이미 벌어졌고, 더 이상 예전처럼 살 수가 없거든” 이라고.

억울한 사건의 유가족이었던 이들이 모여서 팀이 되고, 기발한 방법으로 사적 복수를 감행하는 모습은 초반부터 확실한 정체성을 띄며 주목받았다. 웹툰 원작의 캐릭터와 복수라는 핵심 요소를 뽑아내 현실에 접목시키고, 이를 기발한 방법으로 복수하는 모습은 매 에피소드마다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작가가 교체되고 작품이 후반부에 접어든 지금, 이야기의 정체성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실종된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유력한 용의자를 풀어줄 수밖에 없는 사건을 맡은 무지개운수와 용의자를 두둔하는 백성미의 패거리가 대립하면서부터 이야기는 꼬이기 시작했다.

무지개운수 식구들이 사설 감옥에 잡아넣은 죄수들을 백성미가 장기매매에 이용하면서 벌어진 틈은 더 이상 시멘트로 때운다고 막을 수 없다. 이들이 대립각을 세운 사이 죄수들이 탈출하고, 탈출한 죄수들이 자신들을 가둔 무지개운수 식구들과 피해자들을 찾으며 2차 피해 역시 고스란히 노출됐다. 작품에 등장한 에피소드가 실제 사건들에서 모티프를 얻은 만큼,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노출한 것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작품은 범죄자들을 사설 감옥에 가두고 교화하려 했던 장성철의 본심을 무너트리며,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을 수 있다’는 명제를 주입시킨다. 검사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신들의 복수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하던 김도기부터 사적 복수와 법 정의를 두고 딜레마에 놓인다. 그리고 어설픈 상대에게 칼에 찔리는 등 약해진 모습을 노출한다.

수사관의 죽음을 통해 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모범택시에 복수를 의뢰했던 강하나 검사는 초반의 캐릭터로 되돌아갔다. 자신의 의뢰를 취소하고 다시 법을 통해 사회악을 처벌하려 하는 행동은 이야기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시청자에게 당연히 이들의 공조는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김도기의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인물이 나타나고, 무지개운수는 이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를 향한 복수에 착수한다. 김도기는 강하나 검사에게 사설감옥을 보여주고 자신이 모두 책임지겠다 하고, 강 검사는 철저히 수사할테니 기다리라고 한다. 이 상반된 상황을 앞이 두고 고작 2회밖에 남지 않은 드라마의 결말은 어느 방향을 택하게 될까. 사이다냐, 고구마냐…. 둘 다 밥상위에 놓고 기다려야 할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상진 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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