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국회의원 경력도 없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정치권에 일으킨 파장이 태풍급으로 커지고 있다. 586으로 대변된 기성세대에 대한 청년들의 반발이 기득권 쇄신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와 맞물려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평가다. 또 여권에서도 차기 대선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위기감이 증폭되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세대교체와 정치권 쇄신 바람은 28일 국민의힘 당 대표 예비경선의 성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26~27일 당원(50%)과 여론조사(50%)를 종합한 예비경선에서 41%를 기록해 2위 나경원 전 의원(29%)을 12%포인트 격차로 앞서며 본경선에 진출했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당원 투표 성적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원 투표에서 31%의 지지를 받아 나 전 의원(32%)과 1%포인트로 박빙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이 전 최고의원은 대구·경북(TK)이 지역구인 주호영 의원(20%), 충청 홍문표 의원(5%), 부산 조경태 의원(6%)을 합친 것만큼 많은 표를 당원에게 받았다. 당초 당내에서는 청년층의 높은 지지를 받는 이 전 최고위원이 당원 투표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당원 투표에서도 1·2위를 다투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같은 기세라면 이 전 최고위원이 본경선에서 1위를 기록해 당 대표에 실제 선출되는 것도 현실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본경선은 예비경선과 달리 당헌에 따라 당원 70%, 일반 시민 30%의 투표로 진행된다. 이날 선거 결과에서 당원 비율을 70%로 높여 계산해도 이 전 최고위원이 1위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세대교체 쓰나미가 덮쳤던 2004년 ‘천막 당사’급 쇄신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2004년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 의결로 막대한 후폭풍을 맞았다. 결국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 당은 간판을 내리고 천막 당사에서 쇄신을 약속했다. 이후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40대 원희룡·김영선 의원이 당시 박근혜 대표에 이어 각각 2위, 3위로 최고위원에 오르며 대대적 세대교체가 일어났다. 30대인 이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에 오르면 당시보다 더 큰 파란을 일으키는 셈이다.
이날 발표와 동시에 국민의힘 당 대표 본선 레이스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굳히기’를, 다른 중진 의원들은 ‘역전’을 위해 이날 모두 대구행을 택했다. 본경선은 예비경선보다 당원 투표 비율을 많이 반영하는 만큼 당원들이 많은 ‘TK당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대구·경북 당원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8%로 단일 권역으로는 수도권(32.3%) 다음으로 많다. 영남권을 모두 합치면 51.3%다. 본경선에 오른 후보 5인은 약 2주일 동안 권역별 합동 연설회 4차례, TV토론회 5차례를 거쳐 다음 달 9~10일 본경선으로 최종 당선자를 가린다. 중진 의원들은 당원과 시민들에게 남은 정권교체를 위한 경륜과 경험을 호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준석 돌풍’을 지켜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심정도 복잡해지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 경선에서 여론의 집중을 받으며 민주당이 자칫 ‘꼰대 정당’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보수의 혁신과 변화에 대한 관심과 긴장이 일정 부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와 관련, “이준석 돌풍으로 당권 경쟁이 영남과 비영남 대결, 청년 대 중진이라는 세대 간 대결로 전환됐다”며 “결과와 상관없이 청년들의 반란이 통했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대비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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