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인권 운동의 상징이 된 넬슨 만델라. 그가 늘 가슴에 간직했다는 ‘우분투(Ubuntu)’는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말이다. 우분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일화가 흥미롭다. 아프리카 부족을 연구하던 인류학자가 과일을 가득 담은 바구니를 나무에 매단 뒤 아이들에게 약속한다. 가장 먼저 바구니를 차지하는 사람에게 과일을 모두 주겠노라고. 출발 신호와 함께 아이들은 서로 손을 잡은 채 바구니가 있는 곳에 도착했고 사이좋게 과일을 나누었다. 혼자가 아닌 다 같이 행복해지는 현명함을 선택한 것이다. 그 이유를 묻자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외친 말이 ‘우분투’다. 나눔과 공유, 존중과 배려, 헌신이 뒷받침된 공동체 의식을 이보다 간결하고 또렷하게 보여 줄 수 있을까. 아프리카의 ‘우분투 정신’에서 국제사회가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고 동반 성장을 이루는 데 꼭 갖춰야 할 미덕을 배운다.
아프리카는 지구에서 두 번째로 크고 천연자원이 풍부해 발전 잠재력이 엄청난 대륙이다. 하지만 아직도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은 극심한 빈곤 상태에 있다. 유엔은 아프리카의 기아와 식량 불안정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농업기술 지원을 강조한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한 농업 분야의 경험과 기술에 주목하며 이를 공유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세계은행·유엔식량농업기구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국제기구와의 농업기술 협력 기반을 넓혔다. 또 국제사회에서도 성공 모델로 인정받고 있는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코피아)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농업정책에 부합하는 맞춤형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22개국에 코피아 센터가 설립돼 있고 오는 7월에는 코피아 파키스탄 센터가 개소를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캄보디아의 옥수수 육종과 보급 프로젝트를 기술·재정적으로 지원, 캄보디아 최초 1대 잡종 옥수수 품종을 개발·등록해 종자 수입액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도왔다.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대륙별 공통으로 요구하는 농업 현안은 농업기술 협력 네트워크인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를 통해 서로의 이익을 도모하고 기술 격차를 좁혀가는 방향으로 풀어 나가고 있다. 방글라데시·베트남에서는 염해 논에서도 잘 자라는 벼 품종을 선발해 생산성을 이전보다 월등히 높였다. 세네갈에서는 아프리카에서 주로 재배하는 기존 품종보다 2배 많이 생산되는 벼 품종을 선보여 우리나라 육종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콜롬비아 최초로 디지털 토양 환경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한·중남미 기술협력 협의체가 중추적인 역할을 도맡기도 했다. 기후변화와 토양 양분 관리 소홀로 농업 생산성이 낮은 중남미 국가에서는 과학 영농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차원에서 매우 절실한 사업이었다. 개발 협력의 질은 지원받는 나라의 주인 의식과 포용적 파트너십, 투명성 같은 원칙에 충실할 때 확보된다. 농촌진흥청은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발휘해 국제사회와 개발도상국의 농업기술 전수 요청에 적극 응답할 것이다. ‘우분투’를 기억하면서.
/손철 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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