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변호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사망한 40대 로펌 대표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도 성폭력한 정황이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31일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에는 수습변호사나 초임변호사 등 열악한 지위에서 가해자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추가 피해자가 최소 2명 이상 있다”며 “피해자 B씨는 추가 피해자의 존재를 알고는 더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생겨선 안 된다는 생각에 고민 끝에 (지난해 12월) 고소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로펌 대표 변호사 A씨가 숨지기 전, 해당 로펌에서는 A씨가 업무상 지위를 이용해 저지른 성비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 변호사는 “A씨가 피해자에게 직접 언급한 (또 다른) 피해자만 해도 2명이 있다”며 “올해 3월 추가 피해자 2명의 인적사항과 피해 사실 등 관련 증거를 서초경찰서에 제출해 추가 수사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숨진 변호사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초임 변호사인 B씨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로 고소돼 약 5달간 경찰 수사를 받았다. 언론을 통해 사건이 보도되자 그는 지난 26일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사망으로 인해 이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될 가능성이 커지자 이 변호사는 “‘공소권 없음’ 처분이 수사 금지나 중단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기소나 처벌은 어렵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와 판단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를 향해서도 “수사기관과 공조해 조사에 나서는 등 피해자에 대한 기본적인 보호·지지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이 사건 피해자 등 초임 변호사들의 취약한 입지를 더욱 악화시키는 수습 변호사 제도도 개선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중단도 요구했다. 이 변호사는 “법조계 내에서 피해자 신상정보를 캐려고 하거나 고소 동기를 왜곡하는 뒷이야기들이 무성하다”며 “성인지 감수성에 걸맞은 태도로 피해자의 아픔과 용기에 화답해 달라”고 말했다.
피해자 B씨는 이 변호사가 대독한 입장문에서 “저는 모든 용기를 끌어모아 정당하고 적법하게 고소했지만, 의혹 어린 시선과 악의에 찬 질문 속에 남게 됐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자신의 행동을 숨기지 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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