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스포츠와 아이들이 만난 순한맛 드라마가 등장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스토리와 코믹함, 감동을 모두 장착해 호평을 받고 있는 ‘라켓소년단’이 웰메이드 힐링물의 정석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첫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극본 정보훈/연출 조영광)은 배드민턴계 아이돌을 꿈꾸는 라켓소년단의 소년체전 도전기이자 땅끝마을 농촌에서 펼쳐지는 소년, 소녀들의 성장 드라마로, 첫 회 시청률 5.7%(닐슨코리아/전국)를 기록하며 월화드라마 1위에 올랐다.
1회 방송부터 90분 특별편성으로 승부수를 던진 ‘로켓소년단’은 빠른 전개로 몰입감을 선사했다. 생활 체육 강사로 일하는 윤현종(김상경)은 아들 윤해강(탕준상)의 야구부 전지훈련 비용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해남서중 배드민턴부 코치 제안을 받고, 땅끝마을로 귀촌했다. 그러나 해체 직전의 해남서중 배드민턴부 부원은 3명뿐이었고, 일주일 남은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선 한 명이 더 필요한 상황인데. 윤현종과 배드민턴부 방윤담(손상연), 나우찬(최현욱), 이용태(김강훈)의 기나긴 설득 끝에 윤해강이 배드민턴부에 합류하며 완전체 라켓소년단이 탄생했다.
농촌 마을 특유의 정겹고 친근한 분위기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난생처음 시골에서 살게 된 윤해강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미 한 가족처럼 해강이네를 반갑게 맞이한다. 작은 마을인 만큼, 이미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해강이네 가족의 이사 소식을 알고 있는 모습도 코믹함을 더했다. 짜장면을 주문하던 중 “주황 지붕 집”이라고 설명한 윤해강에 “아 서울에서 이사 온 집이구먼? 아들 하나 딸내미 하나”라며 자신이 아는 정보를 줄줄이 읊은 사장님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시골 할머니 댁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도 힐링을 선사했다.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아 나선 윤해강, 윤해인(안세빈) 남매는 동네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이웃집에 들어선다. 새로 이사 온 남매임을 눈치챈 이웃집 할머니는 “밥은 먹고 댕기냐”며 푸짐한 상을 내어와 따뜻한 인심을 보여줬다. 여기에 귀가 잘 안 들리는 할아버지에게 “이사 온 주황 지붕 집 머스마”라며 소리를 지르면서 설명해주는 할머니와 “아, 지붕 고쳐야제”라며 엉뚱한 답을 뱉는 할아버지의 모습도 그려져 재미를 더했다.
‘라켓소년단’을 ‘본격 스포츠 드라마’라고 소개한 감독의 말대로, ‘배드민턴’이라는 친근한 소재도 작품에 잘 녹아들었다. 속도감 있게 이어지는 랠리 장면은 다양한 연출 기법과 빨리 감기 등을 통해 박진감 넘치게 표현됐고, 배우들 역시 “반년 넘게 배드민턴을 배우며 정확한 폼과 스윙을 익혔다”는 말을 증명하듯 실감 나는 경기 장면을 연출했다. 더불어 배드민턴밖에 모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진정성도 엿볼 수 있다. 윤해강을 팀에 꼭 영입하기 위해 은근히 도발하며 그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아이들과 도발에 넘어가 배드민턴을 향한 승부욕을 불태우는 윤해강의 모습에서 배드민턴을 향한 열여섯 소년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작품은 시종일관 밝고 코믹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현실감을 놓지 않았다. 돈이 부족해 아들의 전지훈련비를 낼 수 없었지만 차마 이를 털어놓지 못하는 윤현종과, 아빠에게 부담이 될까봐 돈을 내야 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한 윤해강이 마음속으로 서로를 생각하는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여기에 4개월 동안 밀린 월세를 내라는 독촉과 소아 천식을 앓는 딸 해인이의 병원비 지급 안내 문자는 가장이 짊어진 무게를 잘 보여줘 현실적 공감을 끌어냈다.
로맨스나 판타지, 복잡한 설계 모두 없는 담백한 드라마지만, 코믹한 농촌 라이프와 통통 튀는 소년들의 케미는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는다. 오합지졸 해남서중 배드민턴부의 눈부신 성장기와 정겨운 시골 마을에서의 일상이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할만한 매력을 한웅큼 선사했다.
한편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은 2회는 1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김민주 itz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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