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1일 “올해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아야 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북미협상을 재개시킬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올해 8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그대로 놔두면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가 아무 것도 못하게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의 태도를 봐 가면서 선물(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북미 접촉을 부드럽게 하려면 그 핑계(코로나19)를 대고서라도 중단했으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주장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5당 오찬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상황을 언급하며 “한미연합훈련을 과거처럼 많은 병력이 대면 훈련을 하는 것은 여건상 어렵다”고 발언한 데 대한 반응이다.
정 부의장은 정부의 북한 접촉 시기에 대해 “대선에 임박해서 정상회담을 하면 ‘북풍’이라고 시끄러우니 6월을 넘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남북간에 톱다운(Top-down·하향식)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빨리 속도가 진전될 수 있다”며 “남북 정상 간의 원포인트 판문점 접촉을 먼저 하고, 그 토대 위에서 북미간 협상이 시작될 수 있는 디딤돌을 놔주는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꾸로 하는 것(상향식)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전날 제주 도의원 정책간담회에서 “통일부는 상반기 중에 집중해서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고, 하반기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다시 본 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 시간 계획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 부의장은 북한이 전날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를 비판하는 내용의 평론가 글에 대해서는 “중국을 의식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북한의 태도를 두고 “내로남불 식으로 시비를 걸었다”면서 “북미 간에 미사일 문제도 핵 문제 못지 않은 중요한 거래 품목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문 대통령을 겨냥해 “일을 저질러놓고는 죄의식에 싸여 이쪽저쪽의 반응에 촉각을 세우고 엿보는 꼴사나운 행태에 구역질이 난다”고 맹비난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1일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한 데 대한 비판이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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