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 66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돈 풀기에 나선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청년기본자산제'를 꺼내들었다. 매년 17조원을 투입해 청년들에게 6,000만원의 자산을 적립·지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재원 마련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권 주자들 간 정책 경쟁이 뜨거워질수록 '선심성 정책'이 더 남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출생 시부터 18세 이하까지 월 20만원씩을 적립해 6,000만원의 기본자산을 지급하는 내용의 '청년기본자산지원법' 제정안을 1일 발의했다. 기본자산은 고등교육·주거·창업 등 용도에만 한정해 쓸 수 있도록 했다. 2008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모든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게 목표다. 또한 국가적립금 한도 내에서 본인 및 부모 등 보호자가 추가적으로 임의 적립할 수 있도록 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의원은 2023년부터 0~17세에게 이 제도를 시행할 경우 17조6,000억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예산 중에서 불용 예산이 10조 정도 남는다"고 답했다. 이어 이 의원은 "증세를 논의할 때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지난 한해 66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데 이어 '기본자산'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히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당정은 지난 2020년 3월 9조4,352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을 시작으로 2차(12조1,893억), 3차(21조9,244억), 4차(7조7,465억) 추경을 연이어 편성·집행했다. 지난 3월에는 14조9,000억원 규모의 올해 첫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개별 의원들의 법안 발의로 인한 지출도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들로 인해 향후 5년 간 소요되는 예산도 6조 3,765억에 달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2020년 3분기와 4분기, 2021년 1분기에 통과된 법안의 비용을 추계한 결과 각각 연평균 1,193억, 5,802억, 5,758억원이 소요된다고 전망했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지출은 그 효과를 고려해야지 공정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 하는 문제도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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