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리한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조기 폐쇄됐거나 백지화된 원전 사업 비용을 결국 전기 요금으로 보전해주기로 결정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용처를 원전에까지 확대한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전력기금은 국민이 매달 내는 전기 요금의 3.7%를 법정부담금으로 부과해 적립한다는 점에서 국민 세금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섣부르게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느라 발생한 경제적 결손을 정권 말에 와서 엉뚱하게 국민에게 떠넘기는 꼴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대선 공약이라며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했다. 삼척의 대진 1·2호기와 영덕의 천지 1·2호기 사업은 중단됐으며 신한울 3·4호기는 사업이 보류됐다. 이로 인한 ‘탈원전 청구서’가 국민에게 날아온 셈이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이들 원전 7기의 손실은 월성 1호기(5,652억 원)를 비롯해 최소 1조 4,44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원전 5기의 손실 보전 신청이 추가로 이뤄질 경우 금액은 더 커질 것이다. 이 와중에 여당은 석탄화력발전 비중 축소로 비용이 발생하자 기후기금을 조성해 별도로 보전해주는 법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현 정부의 탈원전·탈탄소 정책으로 올해 3월 기준 원자력과 석탄 발전량은 전년 대비 4.6%, 3.9% 감소한 반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은 16.3% 늘었다. 설상가상으로 유가 고공 행진까지 겹쳐 비용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접고 원자력 발전량을 늘려야 더 큰 손실을 줄이고 ‘탄소 중립’ 실현도 앞당길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원전의 해외 수출을 위해 미국과 협력하기로 약속한 만큼 이제는 탈원전 정책 오류를 시인할 때가 됐다. 탈원전 정책에 기인한 손실과 정책 실패를 국민에게 솔직하게 사과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등 미래지향적 에너지 정책을 새롭게 짜야 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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