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가게 매출이 90% 이상 급감했다면 상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코로나19로 계약 변경의 사정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며 유사 판결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임대차 보증금 소송에서 “양측이 2019년 5월 체결한 임대차 계약은 2020년 7월 4일 자로 해지됐음을 확인한다”며 지난달 25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액세서리 도·소매 사업을 하는 A사는 지난 2019년 5월 B사로부터 서울 명동에 있는 상가 건물 1층 점포를 임차 기간 3년, 보증금 2억 3,000만 원, 월세 2,200만 원에 임차해 직영점을 운영했다. 2019년 7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A사의 월 매출은 5,700여만~8,900여만 원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0년 3~5월 월 매출은 100만~200만 원대로 곤두박질쳤다.
A사는 지난해 5월 중순 점포를 휴점하고 B사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해 임대차 계약 제13조 4항에 따라 2020년 7월 2일 자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계약서 제13조 4항은 ‘당사자 중 일방이 법령의 개폐, 도시계획, 화재, 홍수, 폭동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90일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 상대방에게 30일 전 서면 통지를 한 후 본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B사는 영업장에서 영업을 하는 데 지장이 없고 코로나19는 자연재해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A사는 B사를 상대로 법원에 임대차 계약이 해지된 것을 확인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사정 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해지는 계약 내용의 구속력을 인정했을 때 공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부당한 결과가 생기는 경우에만 예외로 인정된다”면서도 “코로나19가 발생되고 장기적으로 지속하며 매출이 90% 이상 감소될 것이라는 사정은 원고와 피고는 물론 누구도 예상할 수 없어 원고에게 책임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점포의 매출이 90% 이상 감소한 것은 임대차 계약 제13조 4항에서 정한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90일 이상 자신의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24일 코로나19로 3개월 이상 집합 금지 또는 집합 제한 조치를 받고 폐업한 상가 임차인에게 사정 변경에 의한 계약 해지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상가 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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