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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진 웹소설 "뻔한 건 그만"…로맨스 넘어 '전문직' 파고든다

시장 규모 5,000억대로 성장하자

문피아·네이버 공모전 응모 밀물

단순 판타지로는 관심끌기 어려워

세무·의학 등으로 소재 차별화 활발





웹소설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작가들의 스토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독자층이 커지는 만큼 웹소설 시장에 뛰어드는 작가도 급증하면서 웬만한 이야기로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웹소설 시장에는 세관, 응급의료센터, 보험사기 등 전문적인 활동 영역을 다루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는 등 소재 차별화로 승부수를 던지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2일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에 따르면 지난 달 12일부터 오는 시작된 ‘대한민국 웹소설 공모대전’에는 지난달 말 현재까지 이미 4,500편 넘는 작품이 접수될 정도로 참가자들의 응모가 밀려들고 있다. 문피아와 연간 최대 행사이자 대상 상금이 1억2,000만원에 달하는 이 공모전은 2015년 시작된 이래 매년 응모작이 늘고 있어 올해도 많은 참가가 예상되긴 했지만, 접수 첫 날에만 무려 2,300편이 등록될 정도로 올해의 열기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2015년 처음으로 공모전을 열었을 당시 응모작은 1,363편, 지난 해 5,000편이 공모전을 노린 데 이어 올해는 판이 훨씬 더 커진 것이다. 공모전은 마감 시한인 오는 20일까지 40일 동안 연재 사이트에 작품을 등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누구나 상금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문피아에 이어 오는 10일에는 네이버웹툰도 총상금 8억 원을 걸고 웹소설 공모전을 시작한다. 기존 작가와 신규 진입을 노리는 신참 작가 모두를 설레게 하는 ‘웹 소설’의 계절이 바야흐로 온 것이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쉽게 웹 소설 작가로 안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선 현재 시장 규모가 5,000억 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산할 정도로 웹 소설 독자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만큼 독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눈 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 때문에 ‘나도 웹 소설이나 써 볼까?’ 하며 뛰어들기에는 녹록지 않은 시장이라는 얘기다.



이에 영민한 작가들은 일찌감치 소재 차별화에 나섰다. 단순한 판타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지식이나 전문 영역을 소개하는 요소까지 더한 작품들이 최근 들어 부쩍 눈에 띄는 이유다.

웹소설로 인기를 끈 후 웹툰화까지 된 네이버시리즈의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글 한산이가)’가 대표적이다. 각종 응급 현장에 뛰어들어 분투하는 이야기로, 누적 조회 수는 2,670만 회에 달한다. 실제 의사이기도 한 작가가 현실성을 살리면서도 의학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현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점이 독자들의 지지를 이끌었다.

탈세나 밀수 등 세무 분야를 다룬 작품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네이버시리즈의 ‘국세청 망나니(글 동면거북이)’는 세무사 출신 작가가 현장의 생생함과 초능력으로 탈세범을 잡아내는 판타지 요소를 적절히 더했다. 스토리 전문 기획사인 팩트스토리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하는 ‘오늘, 밀수범 잡으러 갑니다’는 세관 밀수 조사팀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사와 관세청 현장 취재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가 눈에 띈다. 팩트스토리 측은 “얕은 정보가 넘치는 이 시대에 젊은 웹소설 독자들은 더이상 추상적이고 피상적인 직역 묘사에 만족하지 못한다”며 “디테일의 차별화는 웹소설, 웹툰은 물론 드라마, 영화 등 요즘 모든 상업 스토리의 고민 지점”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한의사, 보험사기 조사관, 프로 운동 선수 등을 내세운 웹 소설도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융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전문가물의 인기는 작은 정보라도 얻으려는 독자들의 소비 경향과 맞물린다”며 “전문직 웹소설은 재미있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현대사회의 일면을 드러내는 '컬트적 저널리즘'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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