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택시기사에게 합의금으로 1,000만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2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 차관은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뒤인 지난해 11월 8일 택시기사 A씨를 만나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구하며 1,000만원의 합의금을 건넸다. 이와 비슷한 사건의 통상적인 합의금은 100만원 수준이다. 당시 A씨는 이 차관의 영상 삭제 요구에 “경찰에만 안 보여주면 되지 굳이 지울 필요가 있느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두 사람은 이날 처벌불원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이 차관은 차관으로 취임하기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6일 밤 술에 취해 택시에 탔다가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자신을 깨우려던 A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A씨를 만나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해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혐의도 있다. 진상조사단은 A씨도 증거인멸 가담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당시 폭행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서초경찰서 관계자 3명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됐다. 진상조사단은 이들이 택시기사 폭행 내사과정에서 블랙박스 영상의 존재를 알고도 묵살했는지 확인 중이다. 앞서 서초서는 이 차관에게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통상 적용돼 온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가 아닌,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이 차관의 취임 후 이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불거졌다.
진상조사단은 지난달 30일 이 차관을 19시간에 걸쳐 소환조사했다. 같은 달 31일에는 택시기사와 수사관 B씨를 불러 이 차관 진술의 진위 여부를 확인했다. 조사단은 또 사실관계 추가 확인을 위해 서초서 정보기능 관계자의 PC도 확보해 포렌식을 의뢰한 상태다.
진상조사단은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차관은 취임 약 6개월 만인 지난달 28일 사의를 밝혔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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