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어둠 속에서 희망을 노래했던 광산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노래를 타고 극장을 쩌렁쩌렁 울린다. 탄광촌의 실화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꾸는 뜨거운 함성'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진심이 울컥하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유병은 연출과 강진명 음악감독 및 주요 출연진이 참석해 하이라이트 시연 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976 할란카운티'는 미국 노동운동의 이정표가 됐던 할란카운티 탄광촌의 실화를 바탕으로, 광산노조 광부들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희망을 담은 작품. 미국 중남부 켄터키주의 광산마을 할란카운티의 광산회사 횡포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기를 그린다.
유병은 연출은 "2016년에 초고를 썼다. 세월호 사건을 접한 후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게 무엇일까 생각하며 쓰게 된 작품"이라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어두운 탄광과 광산촌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무대 변화를 최소화하며 영상을 많이 활용한다. 원세트 무대에 대해 유 연출은 "하나의 세트를 나눠 이것저것 표현했다. 부족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하나같이 힘이 되어주시겠다고 해서 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산과 서울에서 앞서 공연된 바 있는 작품은 여러 부분의 보완을 거쳐 다시금 관객 앞에 다가왔다. 유 연출은 "정의로운 이야기를 하는데 정의롭지 못한 연출 포인트가 있었다. 극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그런 부분을 걷어내려 노력했다"며 "여러번 보신 관객은 전체적인 느낌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위해 평상 부당한 처우를 받고 살아온 흑인 라일리의 자유를 위해 북부 뉴욕으로 떠나는 도중 할란카운티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주인공 다니엘은 오종혁, 이홍기, 산들이 번갈아 연기한다. 지난 시즌 공연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는 오종혁은 “모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매력적이었다”며 “메시지가 크게 다가와 꼭 한번 함께 했으면 좋겠다, 언젠가 나도 저 뜨거운 사람들 안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작품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군 전역 후 첫 활동으로 뮤지컬을 택한 이홍기는 “다니엘이 누군가를 위해, 무엇으로 인해 성장하면서 강인해지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에서 군 전역하는 시점에서 다시 사회로 나와야 하는 내 모습을 봤다”며 “연기, 외모, 가창력 모두를 성장시키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 선택했다. 하다 보니 애착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스토리와 넘버에 홀려 선택했는데 공연에서 엔딩 곡을 부를 때마다 너무 슬픈데 기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행복하기도 하다. 웃으며 눈물이 난다”며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사람이 사람과 만나 함께 소통하고 도와가며 살아가는게 내 관점과 가깝다. 여러 사람과 교류하고 서로 돕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산들은 “공연에서 다니엘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데뷔 후 10년이 지나 생각이 많아진 내 모습을 떠올린다”며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이 작품에서 다니엘이 정의롭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모를 잃은 다니엘을 품고 희생하는 라일리를 연기하는 안세하는 ‘말을 못하는’ 캐릭터에 대해 “수어 연기가 부담이 됐는데 선배 동생들과 함께 연습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캐릭터를 만들었다”며 “수어도 말인 만큼 대사나 가사를 외워야 하는 것과 같은 부담이 있었고, 공연을 올린 이후에는 큰 부담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안세하와 번갈아 무대에 오르는 김륜호는 “차별 없이 공연을 봐주셨으면 한다. 청각장애인을 함부로 표현할 수 없어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며 “앙상블부터 모든 배우들이 작품을 창조하듯 똑같이 힘들었다”고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설명했다.
한편 1970년대 미국 광부들의 투쟁을 통해 세상을 바꾼 뜨거운 함성, 그 진심을 전하는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는 7월 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최상진 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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