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변호사 시절 택시 기사를 폭행한 장면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매우 충격적이다. 술에 취한 그는 택시 기사에게 “이 XXX의 XX”라고 욕설을 내뱉고 목까지 졸랐다. 폭행 이틀 뒤 사건 무마를 위해 택시 기사에게 1,000만 원을 줬고 “영상을 지우는 게 어떠냐”고 요청했다고 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와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짙다. 그런데도 경찰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이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이 전 차관은 3일 입장문에서 1,000만 원을 송금한 이유에 대해 “당시 변호사였고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시기였기에 드리게 됐다”고 변명했다. 상식 밖의 도덕 불감증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 술에 취해 선량한 택시 기사를 폭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면 상응한 처벌을 받고 자숙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치부를 덮기에 급급했고 염치도 없이 법무부 차관직까지 넙죽 받아들였다. 자신에게는 무한히 관대하고 세상을 우습게 보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명백한 결격 사유가 있는 인사를 청와대는 거르지 못한 것인가, 않은 것인가. 만약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하기 위해 이 전 차관의 잘못을 알고도 눈 감은 채 허겁지겁 법무부 차관 공석을 메운 것이라면 더 심각한 문제다. 사건 발생 초기 담당 수사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 묵살했던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달 22일에야 이 전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된 뒤에야 여론 악화를 우려해 이 전 차관의 사표를 서둘러 수리했다. 청와대 인사 검증팀과 경찰 등이 한통속으로 ‘폭행 피의자 법무부 차관’을 만들고 6개월이나 직을 유지하는 데 공조한 셈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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