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대회는 가혹한 코스 세팅으로 악명이 높다. 질기고 긴 러프, 단단하고 빠른 그린이 선수들을 괴롭힌다. 4일(한국 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제76회 US 여자오픈(총상금 550만 달러)이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올림픽 클럽 레이크 코스(파71)도 첫날부터 선수들을 괴롭혔다.
이날 156명의 참가자 중 언더파를 친 선수는 15명에 불과했다. 80타 이상을 친 선수는 18명이나 됐고, 메건 오슬랜드(캐나다)는 19오버파 90타를 친 뒤 기권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고진영(26)과 2019년 챔피언 이정은(25)은 나란히 1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9위에 올랐다. 4언더파 공동 선두인 멜 레이드(잉글랜드), 메가 가네(미국)와는 3타 차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은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었다. 페어웨이 적중률 71.4%(10/14), 그린 적중률 88.89%(16/18)로 샷은 좋았지만 퍼트 수 32개로 그린 플레이가 아쉬웠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던 고진영은 “핀 위치가 다소 어려웠는데 1언더파 성적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정은은 “페어웨이를 많이 지켜 전체적으로 경기가 잘됐다”면서 “확실히 페어웨이나 그린이 좁고 러프도 어렵다. 코스 난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2008년과 2013년에 이어 이 대회 세 번째 정상을 노리는 박인비(33)는 이븐파 공동 16위에 자리했다. 17번 홀까지 오버파를 기록하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버디 퍼트가 홀 오른쪽을 타고 들어가면서 이븐파 대열에 합류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인비와 당시 은메달을 차지했던 리디아 고(뉴질랜드), 동메달리스트 펑산산(중국)이 같은 조로 경기해 눈길을 끌었다. 리디아 고도 박인비와 마찬가지로 이븐파를 쳤다. 펑산산이 2언더파 공동 6위로 셋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지난주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 3·4위전에서 이번 대회에 대비해 ‘양보 패’를 선택했던 펑산산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고 말했다.
공동 선두로 나선 레이드는 지난해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했던 선수다. 또 다른 선두 가네는 올해 17세의 고교생 아마추어로 현재 미국 주니어 랭킹 3위에 올라 있다. 브룩 헨더슨(캐나다)과 에인절 인, 메건 캉(이상 미국)이 3언더파 공동 3위다.
김세영(28)과 유소연(31), 양희영(32) 등은 3오버파 공동 54위로 발걸음이 무거웠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였던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자 패티 타와타나낏(태국)은 4오버파 공동 69위에 자리했다. 박성현(26)은 6오버파, 디펜딩 챔피언 김아림(26)은 8오버파로 부진했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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