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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용] 헌 옷 1만 2,000벌로 만든 집은 어떤 모습일까


※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헌 옷과 폐현수막으로 지어진 ‘스마트 에코 하우스’




어린 시절 우리가 읽었던 동화책 ‘헨젤과 그레텔’에 등장하는 과자집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요. 아마도 집으로써 ‘주거’ 기능을 못한다는 게 가장 현실적인 문제일 것 같은데요. 과자로 만든 집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비바람과 추위를 막아주지 못하면 초가집보다 못하겠죠?

난데없이 과자집 얘기를 꺼낸 건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옷으로 만든 집이 현실 세계에 나타났기 때문인데요. 옷으로 만든 집, 언뜻 몽골의 전통 주거 양식인 ‘게르’를 떠올리는 지구용사들도 많을 텐데요.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에디터가 직접 옷으로 만들었다는 ‘그 집’을 다녀왔어요.

폐섬유 선순환의 가치 실현한 ‘친환경 집’


나무 색상의 스마트 에코 하우스 내부 인테리어.


사회적 기업 세진플러스는 지난달 10일 충북 진천에서 옷으로 만든 집 ‘스마트에코아우스’를 선보였는데요. 6평 규모 세컨하우스 개념으로 지어진 에코하우스를 직접 보면 ‘옷으로 만든 게 맞나?’ 싶은 의문이 들 정도로 상당히 견고한 형태를 띠고 있었어요. 농막이나 1인 가구용으로 지어지다 보니 건축물은 수평보다 수직으로 곧게 서 있어요. 각진 모서리에 검정 색상이 더해져 세련미가 물씬 느껴졌답니다. 일단 외관은 합격점! 업체 측은 에코하우스를 만든 배경에 대해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에코하우스를 통해 힐링의 시간을 누릴 수 있도록 모든 최적의 조건을 구현하고자 했다”며 “버려지는 폐자원의 선순환 가치 실현을 통해 소비자에게 자원 재활용에 대한 가치소비 공감대와 인식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에코하우스 내부에 들어서면 나무 색상의 내부 인테리어 탓인지 따뜻하고 아늑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요. 대리석 느낌이 나는 바닥도 전체적으로 깔끔합니다. 거실과 주방, 욕실이 1층에 배치되고 2층 복층에 침실이 들어간 구조인데요. 복층으로 천장이 높다 보니 6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개방감을 주네요. 침실로 올라가는 계단은 버려진 현수막으로 만들어졌는데요. 90kg이 넘는 에디터가 올라가도 끄떡없을 정도로 내구성이 좋았어요. 이 정도면 바쁜 일상에 지친 부모님에게 한 채 선물해주고 싶은 욕심도 생기네요. 에디터가 또 한 번 감동받은 것은 에코하우스가 태양광 자가발전 시스템을 장착했다는 사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친환경’이 고려됐어요. 지붕에는 버려진 원단과 패널 소재를 결합한 일체형 태양광 패널이 하루 2 키로와트시(kw, 참고로 1인 가구 평균 전력사용량은 260kw입니다)를 저장한다구 해요.

헌 옷으로 만든 친환경 에코 스마트 하우스를 소개합니다.

탄탄한 내구성의 비밀은 옷에 있다?




집 구경에 빠져 잠시 잊고 있었지만 인테리어 내장재와 인테리어 제품 및 건물 외장재까지 헌 옷과 현수막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업체는 버려지거나 소각될 헌 옷과 현수막 등을 수거해 분해한 뒤 열과 압력을 가해 목재류를 대체할 수 있는 내·외장재 ‘플러스넬’을 만들고 있어요. 플러스넬은 화학적, 유해성 접착성분을 전혀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을 국가기관으로부터 인증받은 ‘찐’ 친환경 제품이에요.

그럼에도 가슴 한편에는 계속 ‘옷으로 만든 집이 과연 튼튼할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에코하우스는 자외선과 물, 바람 등 가혹한 조건을 만든 뒤 상태 변화를 시험하는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내구성 테스트를 가뿐히 통과했다고 해요. 마침 에디터가 찾은 날은 비바람이 온종일 몰아치고 날씨도 쌀쌀했는데요. 집 내부에 물이 샌다거나 외풍이 느껴지진 않았어요. 내구성이 좋은 비결은 충격, 수분, 온도 등 외부 환경변화에 매우 우수한 섬유 고유의 성질에 있는데요. 섬유는 질기고 흡음성이 좋은 데다 목재보다 물에 강한 장점이 있거든요. 무엇보다 사용 후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구용이 찾던 건축자재에요.



폐섬유 ‘재활용’, 선택 아닌 생존 문제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진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시민공원에서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오승현 기자


에코하우스에는 1만 2,000벌의 헌 옷이 들어갔다고 해요. 옷으로 만든 집이 많아질수록 헌 옷과 현수막 등 폐섬유를 불태우지 않아도 되니 대기오염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

일반적으로 폐플라스틱 문제보다 관심을 덜 받고 있지만 폐섬유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는 심각해요. 하지만 대형 의류 업체나 지자체는 폐섬유를 재활용하기보다 대부분 불에 태우고 있어요.

실제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발생한 폐섬유는 약 914.1톤인데요. 이중 재활용되는 것은 불과 70.2(약 7.6%)톤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소각(640.9톤/약 70.1%)되거나 매립(202.3톤/약 22.1%)되고 있다니 안타깝네요. 옷감은 대부분 합성섬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량의 폴리에스테르가 들어가 있어요. 태우면 이산화탄소, 다이옥신 등을 비롯한 대기 오염물질이 발생하는 건 다 아시죠? 땅에 묻어도 썩는 데 200년이라는 시간이 걸려요. 폐섬유 재활용률이 떨어지는 것은 사업장 폐기물 처리방식을 사업주의 선택에 맡기고 있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아요. 현재는 사업주가 사업장 폐기물을 매립장 또는 소각장, 재활용 업체에 보냈는지 지자체에 신고하는 형태예요.사업주가 소각 결정을 한다고 해도 어떻게 손 쓸 방법이 없어요. 폐섬유를 재활용해야 할 의무가 없다보니 다수 사업자는 비용적인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각방법을 택하고 있어요. 다행히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대형 의류 업체들도 재고 상품을 소각보다 재활용 업체에 맡기는 분위기라고 해요.

문제는 재활용 업체들이 대부분 소규모 영세업자이다 보니 대량의 폐섬유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해요. 대규모 생산시설과 함께 특수지역에 허가구역도 만들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죠. 폐섬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의지가 매우 중요한 건 두말하면 입 아프겠죠?

미국 시카고대 에너지정책기관(EPIC)이 발표한 AQLI(Air Quality Life Index)에 따르면 인류의 수명을 줄어들게 하는 원인 1위는 대기오염이래요. 대기오염으로 인해 줄어드는 수명은 1.9년, 흡연은 1.8년, 알코올과 약물 중독은 11개월, 안전하지 않은 물은 5개월, 자동차 사고는 5개월. 우리가 잘 모르고 살았지만 대기오염 문제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어요. 폐섬유, 이제 태우지 말고 재활용할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 아닐까요?

/팀지구용 use4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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