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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나는 피아노 상할라"…보험은 필수, 특수센서로 손상체크도

■서울 스타인웨이 피아노 갤러리 가보니

18대 명품 악기 40억 달해

獨서 2주 걸려 韓으로 공수

온·습도 관리도 철저하게





스마트 단말기에서 원하는 곡을 선택하자 연주자 없는 피아노 건반이 저절로 움직인다. 러시아 출신의 천재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3~1989)가 1986년 60여 년의 망명 끝에 고국에서 연 독주회, 이 뜻깊은 자리에서 연주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가 울려 퍼진다. 곡 목록에서 중국 출신 유자 왕의 기교와 속주가 돋보이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누르니 피아노는 분위기를 바꿔 강렬한 에너지로 건반을 움직인다. 연주자의 미세한 뉘앙스와 곡의 분위기를 바꿔가며 스스로 연주를 해 내는 이 기특한(?) 주인공은 세계적인 피아노 브랜드 스타인웨이의 자동 연주 피아노인 ‘스피리오’다. 지난 1일 서초동에 문 연 ‘스타인웨이 갤러리’에서는 스피리오 모델의 시연부터 총 40억 원에 달하는 피아노 18대를 만나볼 수 있다.

1853년 설립된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최고급 원목을 사용한 100%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전 세계 주요 공연장의 상당수가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보유하고 있으며,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인 호로비츠, 아르투로 미켈란젤리 등이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고수한 것으로 유명하다.



스타인웨이 갤러리는 코스모스악기사가 서초동 사옥 옆에 180평 규모로 마련한 공간이다. 쇼룸에 전시된 스타인웨이 피아노들은 각각 ‘억’ 단위의 고가 악기라 한국 입성부터 이후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이 ‘깐깐’ 그 자체였다. 약 2주에 걸쳐 스타인웨이 본사가 있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들어 온 피아노들에 보험은 필수이고, 피아노가 충격을 받으면 빨간 불이 들어오는 특수 센서까지 부착해 운송 중 손상 여부를 체크했다. 갤러리 내 피아노 위치 하나하나에도 본사의 요구가 반영됐다. 예컨대 갤러리에는 스타인웨이 자매 브랜드의 업라이트 피아노 세 대가 삼각형 구도로 전시돼 있는데, 피아노 뒤쪽에 위치한 사운드보드의 성능이나 느낌을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공간 배치다.





재료가 나무인 만큼 전시 공간의 환경 관리도 눈길을 끌었다. 갤러리에는 자동 온도 조절기와 2대의 항온 항습기를 비치해 일정 온도(20~22도)와 습도(50~52%)를 유지한다. 스타인웨이 홀 무대에서 사용하는 그랜드 피아노에는 미국산 자동습도조절장치를 설치해 피아노가 최상의 상태로 유지되도록 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갤러리 직원은 전원 입사 때 신용보증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스타인웨이는 전 세계 명연주자들이 선택하는 악기로 유명하지만, 일반인이 구매하기에는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갤러리를 오픈한 민관기 코스모스악기 대표는 ‘경험을 통해 친근감을 선사하는 것’이 갤러리의 목표라며 “연주자들에게는 발표회나 콩쿠르 준비에 있어 도움을 주고, 음악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겐 악기를 접하고 다양한 콘서트나 강좌를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갤러리는 현장의 피아노를 활용한 클래식 기본 상식 강좌부터 살롱 콘서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힐 계획이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사진=스타인웨이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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