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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도시락 정권, 경포대, 다음은…

문성진 논설위원

4·19혁명 정권 선의 강조한 장면 총리

경제 상황 나빠져 ‘도시락 정권’ 비웃음

부동산 실책 노무현 정부 ‘경포대’ 오명

文, 선의 말고 국민행복에 유능해져야





소설 ‘무진기행’을 쓴 김승옥은 1960년 서울경제신문 창간 때 첫 만평 작가였다. 당시 민주당 정권을 직격한 그의 1호 만평은 지금 봐도 통렬하다. 만평에서 장관 방을 찾은 한 지게꾼이 말한다. “지게꾼을 모아서/도시락 배달국을 설치해서/저를 국장으로 헤헤….” 장면 전 국무총리는 도시락을 싸서 다니며 4·19혁명 정권의 선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경제는 악화 일로를 걸었고, 장 전 총리는 ‘도시락 정권’이라 조롱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27일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고 말하며 부동산 정책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집값은 전례 없이 폭등했고 김 전 부총리는 끝내 피자 맛을 보지 못했으며, ‘피자 한 판’ 발언은 계속 비웃음을 사고 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동산 실패를 보고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전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하늘이 두 쪽 나는 일이 있더라도 부동산 투기를 완전히 잡겠다”고 장담했지만 임기 말 기자 간담회에서 “부동산을 빼면 내가 잘못한 정책이 뭐 있는가”라며 실패를 자인했다. 실패 이유는 부동산을 시장이 아닌 개혁 대상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에게 부동산 투기는 집 없는 사람들을 더 어렵게 만들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악의 근원이었다. 그러다 보니 집값 대책도 주택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억제하는 경제적 처방이 아니라 세금 폭탄과 행정 규제 같은 정치적 해결 방식이 주류를 이뤘다. 그 결과 집값은 폭등했고, 세금 폭탄으로 ‘거래 절벽’ 현상과 조세 저항이 확산됐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는 공격을 받았고, 다음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었다.

문 대통령도 부동산 투기를 사회악으로 간주해 25번의 규제책을 쏟아냈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부동산 세금 강화와 각종 행정 규제, 그로 인한 집값 폭등과 거래 절벽 등의 후유증이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보궐선거에서 참패를 당하고 나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며 과오를 인정했다.



그러나 국민 피해를 생각하면 ‘죽비’로 부족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노 정부 5년간 서울 25평형 아파트 값은 3억 1,000만 원에서 5억 7,000만 원으로 올랐는데 문 정부 4년 동안엔 6억 6,000만 원에서 11억 9,000만 원으로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017년 5월 문 정부 출범 당시 4억 2,619만 원에서 지난달 6억 1,451만 원으로 44.2%나 올랐다. 지난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다며 강행 처리한 임대차 3법은 더 큰 고통만 주었다. 시장에서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셋값은 폭등했고 ‘전세 난민’이 속출했다. 권력층의 ‘내로남불’은 점입가경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본인 소유 아파트 전셋값을 14.1%나 올렸고, 여당 국회의원 12명이 투기 의혹으로 탈당 권유를 받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런 문 정부가 ‘선의’를 말할 자격이나 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설픈 선의가 역설적 재난을 초래할 수 있음은 두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확인됐다. 그런데도 같은 실수가 경제 정책 전반에서 반복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 제로’ 사업장 추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은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정책 의도로 출발했지만 되레 고통만 주는 결과를 낳았다. 환경을 위한다면서 추진한 탈원전 정책은 오히려 탄소 중립을 더 더디게 만들었다. ‘에너지 정책 전환’이라는 선의로 포장된 유류세 증세를 강행했다가 ‘노란 조끼’ 시위의 거센 저항을 부른 프랑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60여 년 전 도시락 식사로 청렴함을 과시했던 장면 전 총리는 국민의 절망만 더 깊게 만들고 8개월 만에 정권의 명운이 다했다. 권력이 아무리 선의로 치장돼도 국민이 불행해지면 소용이 없음을 역사는 말해준다. 문 정부는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유능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문성진 논설위원 hnsj@sedaily.com

/문성진 hn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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