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의 가장 큰 장점은 낮은 비용이다. 발전 단가가 다른 에너지보다 저렴해 기업들의 수요가 많아 화석연료 기반 탄소 배출 사업이나 자산은 오랫동안 안정적인 투자처로 여겨졌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탄소 관련 자산에 대출 및 투자를 대거 집행했고 이는 수소 등 탄소 중립 에너지 활용을 더디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 탄소는 영원히 승승장구하며 장밋빛 전망을 이어갈 수 있을까.
10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1’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특별 강연을 한 세계적인 석학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30년 뒤인 오는 2050년쯤에는 탄소 관련 자산이 가치가 없는 ‘좌초 자산’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는 탄소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각광받고 있지만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리스크 반영으로 가격이 급등해 수요가 줄고 이에 그동안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 탄소 자산 가치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선진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가격은 톤당 30달러 수준으로 탄소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돼 있다”며 “하지만 생명, 건강, 생물 다양성에 반하는 평가가 반영되면 탄소 가격이 2050년까지 급등할 것이며 탄소 자산은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탄소 자산으로 투자가 지속될 경우 지난 2008년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보다 더 큰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여전히 전 세계 민간 금융권은 석탄·석유 기업과 관련한 프로젝트에 투자하거나 ‘넷제로(net zero·탄소 순배출량을 없게 하는 정책)’를 이룰 수 없는 분야에 계속해서 대출해주고 있다”며 “‘좌초된 자산’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경우 충격 여파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녹색 에너지를 미래 세대를 위한 해법으로 제시했다. 녹색 에너지는 화석에너지 대비 발전 단가가 높지만 최근 10년간 많은 혁신을 통해 가격이 어느 정도 내려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소에너지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녹색 전환을 이루는 데 가장 좋은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정부를 중심으로 수소에너지 관련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하는 점을 높이 샀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국에 대해 “변화를 잘 관리해 경제적인 빈곤 국가에서 여러 분야의 리더로 올라섰다”며 “지금은 수소도시 분야에서도 선도적 지위에 오를 준비와 녹색 경제 전환을 위한 혁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수소경제 대응을 민간 영역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공공·민간영역의 인프라 투자를 이끌면서 금융 부문에 일정 부문 규제를 적용하는 패키지 정책을 고안할 것을 제안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규제는 탄소세다. 그는 “탄소 배출에 가격을 물리면 ‘어떻게 하면 탄소를 절약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며 “결국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데 창의성과 혁신을 더하는 것이 바로 탄소세를 이용한 가격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가격이 높아질 탄소 비용 추세를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반영해야 된다”고 짚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정부가 지출을 늘리고 있는 점은 수소 분야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봤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해 전 세계 정부가 지출을 약 20%가량 늘렸는데, 재정 집행을 늘리는 기조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옥스퍼드대 등에 따르면 (저탄소 분야에서) 투자금 대비 2~3배 효과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이 있는데 이런 곳에 정부 자금이 적절히 집행된다면 수소 분야 기술의 도약을 더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탄소를 ‘부담’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자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했다”며 “배터리·신재생에너지 분야 기업들도 효율성 제고를 위해 혁신하고 노력한다면 결과로 보상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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