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투기 조사 결과에 따라 ‘탈당 권유’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복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권익위와 당 지도부가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서 “탈당 대신 징계 조치를 취하라”며 반발의 수위를 높였다.
오영훈 민주당 의원은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혐의가 없는데 왜 탈당해야 하느냐”며 당 지도부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오히려 징계 절차를 밟아주면 소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징계를 요구했다. 권익위가 투기 혐의가 있는 의원들에게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았지만 당에 제대로 설명하면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은 당 윤리심판원이 징계안을 심의하는 경우 혐의자에게 충분한 진술 기회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 의원은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자경을 목적으로 제주도 과수원 토지를 증여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당 지도부의 결정에 대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잉카제국이냐. 제물 바치고 제사 지내게”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다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의 대표로서 송영길 대표의 처지나 충정이나 심경을 모르는 바 아니다”라면서 “그런데 결과적으로 지금 야당 압박용 불쏘시개, 희생양 비슷하게 상황이 몰렸다”고 성토했다.
김 의원은 전날에 이어 이날 다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돼 바로잡아 달라는 요청을 했고, 전혀 반영이 안 됐는데 어떻게 (당 지도부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발했다. 권익위는 김 의원에게 ‘업무상 비밀 이용’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
이들은 권익위가 부실 조사를 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방송에 나와 “권익위가 할 일은 국민이 억울하게 피해를 당할 때 구제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오히려 죄 없는 사람을 억울하게 만드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1세기판 드레퓌스 사건이다. 수사 의뢰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자신을 19세기 말 프랑스 군부로 인해 독일군 첩자로 몰렸지만 무죄가 밝혀진 유대인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에 빗댄 것이다.
당 지도부는 의원들이 불복할 경우의 조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부 반발이 있지만 명확하게 소명하는 과정에서 의혹이 풀어질 수 있다. 과정을 깨끗하게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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