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0일 서울고검장 부임을 하루 앞두고서 “사건처리 과정에서 ‘흑을 백으로, 백을 흑’으로 바꾸는 지휘는 결단코 하지 않았다는 점만은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은 이날 1300여명의 서울중앙지검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검찰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검찰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로 인해 수 없이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며 번뇌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면, 마치 거친 파도 위에서 흔들리는 배의 중심을 잡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의 연속이었다”며 “저 개인적으로는 수없이 많은 번민의 시간이기도 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저는 검찰의 일부 잘못된 수사방식과 관행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어 기본과 원칙, 상식에 맞는 절제된 수사를 해야 한다고 평소 생각해왔다”며 “끊임없이 사건을 고민하고, 수사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단계 단계마다 최대한 수긍할 수 있는 절차를 보장하고, 그에 따라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론을 내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근무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점에 대해선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지검장 부임 이후 왜곡된 시선으로 어느 하루도 날선 비판을 받지 않은 날이 없었고, 저의 언행이 의도와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거나 곡해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지검장은 “냉철한 고언과 비판은 저를 겸허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는 제가 버텨 나갈 수 있는 힘이 됐다”며 “검사로서 근무하는 동안 저는 선배들로부터 배웠던 것처럼 ‘검사는 수사로만 말한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이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겨진 곳에서 꽃피워라’를 신앙적 좌우명으로 삼아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법리와 증거에 맞는 수사결론을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한다”고 떳떳함을 드러냈다.
이날 이 지검장의 이임식은 서울중앙지검 13층에서 일부 간부들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지검장은 11일 서울고검장으로 취임한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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