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윤 전 총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력 대권 후보’로 꼽히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사정의 칼날을 겨냥함에 따라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정식 입건했다. 시민 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윤 전 총장과 검사 2명이 2019년 5월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부실 수사했다며 지난 2월 공수처에 고발장을 접수한 데 따른 것이다. 사세행은 3월에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 위증 교사 의혹을 받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기소를 방해했다며 윤 전 총장과 조남관 전 대검 차장을 같은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김한메 사세행 대표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옵티머스 관련 혐의 사건은 ‘공제 7호’, 한 전 총리 관련 사건은 ‘공제 8호’로 매겼다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수처 측은 아직 입건 단계일 뿐 본격 수사에 들어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 측에게도 수사 개시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공수처법은 고위직에서 퇴직한 자도 재임 기간 중 저지른 혐의가 있으면 수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윤 전 총장은 고위 공직자 신분이 아니지만 수사 대상이 된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시선은 혐의 입증 과정과 결과에 쏠리고 있다. 수사 대상에 오른 두 사건이 그동안 ‘죄 성립이 어렵다’ 등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옵티머스 사건은 2018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서울중앙지검에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를 사기 혐의로 수사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검찰은 7개월 만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부실 의혹을 제기해 감찰에 나서기도 했다.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방해 의혹은 윤 전 총장이 조사를 감찰부 대신 인권부에 맡기면서 비롯됐다. 이를 통해 윤 전 총장이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 수사팀에 대한 증인 위증 교사 진상 조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다만 해당 혐의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에서도 무혐의로 판단한 바 있다.
공수처가 윤 전 총장 본인의 직권남용 혐의 사건에 이어 윤 전 총장의 가족 관련 비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수처 출범 전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전 총장 가족 비위 사건이 공수처 ‘1호 사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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