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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만파식적] 탕핑족




“2년 동안 일하지 않았다. 놀기만 했지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난 4월 중국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탕핑이 바로 정의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바닥(平)에 눕는다(?)는 뜻의 ‘탕핑’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최소한의 돈으로 살아가는 요즘 젊은이들의 생활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직장이 없어도 매달 200위안(약 3만 5,000 원)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그의 탕핑 생활은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탕핑족이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하지 않고, 집 사지 않고, 소비하지 않고, 결혼하지 않고, 아이 낳지 않고, 그저 생존을 유지하면 된다.

탕핑에는 힘들고 팍팍한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지난해 중국 대졸자는 834만 명에 달했다. 이들이 인력시장에 쏟아지는데 성장 둔화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996근무(오전 9시에서 밤 9시까지 주 6일 근무)를 해도 생활이 나아지기는커녕 결국 병이나 얻고 끝나는 인생을 수동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중국이 최근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발표한 세 자녀 정책은 젊은이들의 이런 생각에 불을 질렀다.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세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는 것이다. 최근 치러진 중국 대학 입학시험 ‘가오카오(高考)’에서는 8가지 작문 주제가 모두 새 시대 청년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탕핑 풍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 것을 염려해 중국 공산당이 내놓은 대책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 대도시 화이트칼라 노동자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좌절한 젊은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자신이 탕핑족임을 선언하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탕핑족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에는 희망도, 의욕도 없이 무기력하기만 한 ‘사토리세대’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삼포세대’나 ‘오포세대(취업,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포기)’가 있다. 젊은이들이 꿈꾸기를 포기하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청년들이 삶의 의욕을 갖게 하는 최상의 대책은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동아시아 3개국 정부의 어깨에 공통으로 지워진 과제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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