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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붕괴참사' 불법 재하도급 규명에 수사 집중

경찰, 이면계약 정황 등 확보

"입건 7명 조사후 구속 결정"

13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4 재개발구역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한 현장 건너편 도로에 피해자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손편지가 놓여있다.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께 이곳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하며 잠시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버스에 타고 있던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광주=연합뉴스




지난 12일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건물 붕괴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참배하고 있다. /사진 제공=광주 동구


9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철거 건축물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철거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불법 재하도급의 정황을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재하도급 과정에서 이면 계약과 공법 지시 등을 포함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건축물 철거 작업과 관련된 계약서들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두 건의 불법 재하도급 계약이 존재했던 것을 파악했다. 앞서 건축물 철거와 관련한 재하도급 계약 외에 석면과 지장물 철거 계약에서도 불법 사안를 추가로 확인한 것이다.

지난 9일 참사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 구역의 철거공사 계약은 지난해 9월 이뤄졌다. 해당 계약은 건축물·석면·지장물에 대해 각 3건으로 나눠 진행됐다. 건축물 철거는 시행사인 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과 계약을 맺었고 석면 및 지장물 철거는 주택조합이 다원이앤씨와 계약했다.



하지만 계약을 따낸 한솔기업은 백솔건설과 불법 재하도급 계약을 다시 맺었고 다원이앤씨 역시 백솔건설에 재하청을 준 것으로 조사 결과 파악됐다. 경찰은 다원이앤씨와 한솔기업이 이면 계약을 체결한 정황을 확보했으며 백솔건설이 다른 업체에서 석면 해체 면허를 빌린 무자격 업체라는 점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철거 계획서에 따라 작업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배경에 다원이앤씨가 백솔건설에 철거 공법을 따로 지시했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법 재하도급 계약을 통해 단계적으로 철거 단가가 낮아진 것이 부실 해체와 붕괴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재하청이 이뤄지는 동안 시공 단가는 3.3m²당 28만 원에서 10만원을 줄었고 최종적으로 4만원까지 내려갔다.

경찰은 현재 현대산업개발, 한솔기업, 백솔건설 관계자 및 감리자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향후 조사를 바탕으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이뤄진 정황을 확인한 만큼 정확히 어떤 지시 체계에 의해 철거가 이뤄졌는지를 밝힐 예정”이라며 “다수의 무고한 사상자가 발생한 만큼 한 점의 의혹이 남지 않도고 엄정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철거 작업에 참여했던 업체 중 한 곳인 다원이앤씨는 과거 ‘철거왕’으로 불린 A 씨가 설립한 다원그룹의 계열사로 알려졌다. A 씨는 20대 후반부터 철거 업계의 대부로 이름을 알렸으며 지난 2015년 회삿돈 1,000억 원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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